홍콩매체 "'트럼프보다 유연한 접근' 기대 무너지자 처리 박차"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실망해 '반(反) 외국 제재법' 처리 속도를 높였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 정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유연한 대중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지켜보고 있었으나 이러한 기대가 무너지자 '반 외국 제재법' 제정에 박차를 가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를 지난해 시작했지만 미국 새 행정부에서 대중 정책이 바뀌는지를 지켜보면서 처리에 속도를 내지 않아왔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빨리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이날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 외국 제재법'은 외국의 제재에 대응해 중국이 보복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또다른 정부 소식통도 "(중국정부의) 현재 분위기는 '실망스럽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와 규제가 여전히 부과되고 있고 중국이 이를 방어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 취임 후 중미 관계의 재설정이 이뤄지는지 기다리며 지켜봤지만, 오히려 캐나다와 영국, 유럽연합(EU)도 미국을 따라 중국에 제재를 부과하는 등 중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방위 산업이나 감시 기술 분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59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기업과 개인의 상장 주식 매매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톈페이룽(田飛龍) 중국 베이항대 교수는 지난 4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중국 견제를 위해 초당적으로 마련한 '2021 전략적 견제법'을 압도적으로 가결한 후 중국이 '반 외국 제재법' 초안의 1차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텐 교수는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이 법에 대해 고려하고 있었고 학계에서 의견을 내고 관련 부처가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법안) 발표 시기는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정책에 따른 것으로, 중국 기업을 겨냥한 새로운 규제도 중국을 실망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시작한 쪽은 미국이고 중국은 자체 방안으로 이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준비가 됐기 때문에 적절한 때가 오면 법안은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자문역인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중미 양측 모두 긴장 완화를 위한 어떤 행동도 취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제재와 반 제재, 중국과 서방의 대치 상황이 늘어나고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중국 유럽상공회의소의 요르그 우트케 회장은 '반 외국 제재법' 처리 과정에 투명성이 결여돼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우트케 회장은 SCMP에 "해당 법안에 대한 1차 심사가 알려지지 않았고 검토할 수 있는 초안도 없다"며 "중국에서 활동하는 유럽 기업들이 법안 처리 과정의 투명성 결여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적 체스판에서 기업이 희생양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외국의 투자 유치나 외국 기업을 안심시키는 데 있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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