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여당 '누구나 집' 사업 의도 좋지만 디테일이 중요하다

입력 2021-06-10 16:40  

[연합시론] 여당 '누구나 집' 사업 의도 좋지만 디테일이 중요하다

(서울=연합뉴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10일 인천 검단, 안산 반월·시화, 화성 능동, 의왕 초평, 파주 운정, 시흥 시화 등 6개 지역에서 1만785가구 규모로 '누구나 집'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소득은 있지만 당장 집을 마련할 목돈이 없는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 등이 주된 공급 대상이다. 집값의 6%를 내면 거주권을, 10%를 내면 분양권을 각각 부여받는다. 집값의 16%를 부담하면 10년간 임대 후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85% 선으로 책정된다. 분양 가격은 최초 계약 당시 미리 확정해 분양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이 모두 사업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2015년 도입된 기업형 주택임대 사업, 이른바 '뉴스테이'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집값이 내려가는 데 대한 범퍼(완충장치)가 만들어져 있다"면서 이 점이 사업시행자에게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설명대로 임대사업자가 최소한 15%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면 입주민과 사업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인 셈이다. 시범사업 대상지 6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소유한 공공부지여서 공모를 거쳐 민간사업자가 선정되면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민주당은 연내 사업자를 선정해 내년 초부터 분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누구나 집'은 최근 수년간 천정부지로 집값이 뛰는 바람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아예 포기한 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사업의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며 여러 걸림돌도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양가 책정이다. 건설 기간까지 포함해 약 13년 후의 시세를 예측해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게 분양가격을 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분양가격 이외에도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특히 분양대금을 미리 받는 일반 아파트 사업과는 달리 '누구나 집' 사업 참여 업체는 건설 자금 대부분을 자체 조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시범사업 대상지가 모두 공공 부지라고는 하지만, '누구나 집' 사업을 추진하는 데 기존 용도나 사업계획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이들 사업지가 대부분 서울에서 꽤 멀리 떨어진 수도권 외곽이어서 수요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민주당은 연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10곳 정도 '누구나 집' 사업지를 더 확보할 예정이라고 하니 청년·신혼부부 등이 선호하는 지역의 사업지도 마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런 점들을 포함해 앞으로 당정 협의 등을 통해 세밀한 실행 계획을 세워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이날 수도권 2기 신도시 내 유보용지 중 일부를 활용해 5천800 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또 당정 공급대책 태스크포스(TF)와 민주당 서울시의원들로 꾸려진 서울시의회 공급대책 TF가 정기 합동회의를 열어 매달 두 차례 새로운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합동 TF에서 협의가 된다면 용산기지를 추가 주택공급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년 대선공약으로 삼을 수 있는지 등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이 지난해까지 고집스러울 정도로 집착해 왔던 규제 일변도의 주택 정책에서 벗어나 공급을 확대하고 계층별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게 된 것은 바람직스러운 방향 전환이라고 평가한다. 당내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문제에 관해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 투기와 거리가 먼 1주택 장기 보유 중산층의 부담 완화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이와 아울러 그동안 상대적으로 중점을 두지 않았던 서울 요지의 아파트단지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민 주거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서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도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요하다. 이 일은 결국 민간 부문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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