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장관 0명'…갈 길 먼 이란 여성 정치 진출

입력 2021-06-11 01:18  

'여성 장관 0명'…갈 길 먼 이란 여성 정치 진출
여성 의원 비율 6% 불과…대통령 "여성 관리직 대폭 늘어"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슬람 국가인 이란은 남녀구분이 엄격한 나라다.
법적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에 제약은 없지만, 고위 공직 진출은 여전히 더딘 편이다.
10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에서 11대 행정부(2017∼2021년) 들어 정부 관리직 4명 중 1명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부 출범 당시 여성 관리직 비율이 5%에 불과했으나 현재 25%까지 비율이 확대됐다고 부연했다.
개혁 성향으로 2017년 연임에 성공한 로하니 대통령은 "신분과 지위 차원에서 남성과 여성은 다르지 않다"면서 "우리는 과학 분야를 이끄는 여성을 많이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직 중에서는 여성을 찾기 힘들다.
현 이란 내각에는 19명의 장관이 있는데 이중 여성은 한 명도 없다.
다만, 분야별로 10명의 부통령이 있는데, 이중 여성은 마소메흐 엡테카르 여성·가족 부문 부통령과 라야 조네이디 법률 부문 부통령 2명이 있다.
이란 내각 장관 임명을 위해서는 의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부통령은 대통령이 정할 수 있다.


임기를 몇 달 남지 않은 로하니 대통령 내각에서 현재까지 여성 장관 후보자조차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총선으로 강경보수 세력이 장악한 이란 의회 의원 290명 중 여성 비율은 약 6% 수준에 불과하다.
오는 18일 예정된 대선 후보 신청을 한 592명 중 40명이 여성이었으나, 헌법수호위원회가 정한 최종 후보 7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10일 AFP 통신은 강경보수 성향 대선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향후 이란 여성의 정치 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TV 토론과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진행 중이지만, 이란 대선에서 여성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개혁파인 엘라헤흐 쿨라이 전 의원은 AFP에 "가장 중요한 도전은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여성이 없는 것"이라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여권 신장)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후보로 신청했으나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한 자흐라 쇼제이 전 대통령실 여성 부문 고문은 "교육, 복지, 산업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정치 분야에서 여성이 인정받는 길은 멀고 험하다"고 전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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