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회장, 온라인 기자간담회
"3천억 규모 HMM 전환사채 주식으로 전환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김다혜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4일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003620]의 자구안과 관련해 "모든 것을 투자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노조가 자꾸 산은과 정부에 답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오해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자구안은 회생계획안에 포함돼 잠재 인수 후보자가 평가할 것"이라며 "투자자가 없으면 만사가 종잇조각"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쌍용차 금융 지원 계획은
▲ 쌍용차는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큰 아픔을 겪었다. 안타까운 점은 2009년 이후 쌍용차가 한 번도 정상화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구조조정 원칙에 부합할 때 지원 방안을 모색할 예정지만 핵심은 생존 경영 계획을 가진 사업 주체의 인수다. 산은이 살릴 순 없다. 산은은 일관되게 경영 능력을 갖춘 투자자 유치와 지속 가능한 사업 계획이 있어야 금융 지원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자구 계획이 반영된 사업계획서를 제시하면 타당성 검토 후 금융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
-- 쌍용차 자구안에 대한 평가는
▲ 쌍용차 노사에 수고하셨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만, 그것이 충분한지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요구사항이 일부 반영됐지만 다 반영된 것은 아니다. 핵심적인 사항에 아직 충족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쌍용차 자구안과 잠재 인수 후보자의 평가, 계획을 합쳐서 판단했을 때 지속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지원하는 것이다. 저희가 판단하기에 한참 준비가 안 돼 있고 조건도 안 돼 있다. 쌍용차 노조가 자꾸 산은이 답하고 정부가 답하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구안은 회생계획안에 포함돼 잠재 인수 후보자가 평가할 것인데, 쌍용차 노사는 산은과 정부 관점이 아니라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한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투자자가 없으면 만사가 종잇조각이다. 모든 것을 투자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 2년 조건부 무급 휴직을 투자자 관점에서 본다면 '2년 만에 회생할까, 2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냐, 아니냐'를 따질 것
-- 쌍용차 노조가 흑자 전환까지 쟁의 중단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어떻게 보나.
▲ 흑자 전환까지 쟁의 중단을 요구했고 투자 유치를 위해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는데, 단순한 전제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당시에도 지속 가능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차 말씀드렸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상화 때까지 쟁의 중단, 고정비 절감 등이 포함된 자구 계획 이행으로 쌍용차 투자유치 가능성과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 영향이 있기를 희망한다. 실무진은(답변 원고에) '기대한다'고 썼는데 내가 '희망한다'고 바꿨다. '기대한다'는 것이 솔직히 쉽지 않은 것 같아서 바꿨다.
-- 쌍용차 새 주인이 될 진정성 있는 후보가 있는지.
▲ 진정성 있는 인수 후보자는 매우 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6월 말 이후에 매각 공고가 나오고 예비입찰, 본입찰 등을 거쳐 순탄하게 가면 11월 말이나 올해 말쯤 끝난 것으로 본다. 잘 이뤄지길 희망합니다만 많은 고난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산은이 보유한 HMM 3천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전환 계획은.
▲ 전환 단가가 5천억원이다. 전환하면 당연히 이익의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다. 전환 안 할 수가 없다. 국민 세금으로 돈을 벌 기회가 있는데 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길이다. 전환 후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이냐, 폭락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두고 봐야 한다. 합리적 투자자라면 당연히 저희가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시장 가격에도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HMM 민영화 적기라는 관측이 있는데.
▲ 일리 있는 얘기일 수 있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나 접촉한 기업은 없다. 다만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검토 요인을 고려해가면서 국가기간산업을 어떻게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안착할까 하는 관점에서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다.
-- HMM 선박의 추가 발주 계획은
▲ 저희가 공식적으로 확인할 상황은 아니다. 회사가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고, 조선사와 계약 조건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 꼭 결정이 됐다고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협의하는 것이라서 회사 쪽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
--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후 통합전략(PMI)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
▲ PMI 계획은 이달 중에 (산은이) 검토를 완료하고 검토 내용을 통보할 예정이다. 이후 이른 시일 내에 대한항공 측에서 확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시점 및 본사 위치 등은 현재 미확정일 뿐 아니라 경영 판단 사항이라 산은이 개입할 의사가 없다.
한진칼뿐만 아니라 주요주주를 앞으로 면담할 계획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리더십 아래 합병이 성공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지만 '경영실적이 나쁘면 아웃이다' 등 저희가 많은 굴레를 씌웠다. 불필요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면 주주의 회사에 대한 건전한 감시·감독·평가를 위해 모든 주주가 협조해야 한다. 유사시 경영권을 행사하게 될 수 있으므로 모든 주주에게 조원태 회장 측과 동일한 조건의 구속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성부 KCGI 대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일정 지분 이상 갖고 계신 분들은 제가 만나고 협의해볼 생각이다.
-- 대우건설[047040] 매각에 대한 산은 입장은.
▲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 1대 주주라 향후 매각 절차는 KDB인베스트먼트의 독립적 의사결정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일부 잠재투자자가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정보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 최근 주관사를 선정해 대응 중이고 구체적인 매각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알려진 것 같다. 언론보도 등을 보면 대우건설 매각 여건이 조성되는 듯 보인다.
-- 두산중공업[034020]에 대한 채권단 관리 종료 시점은.
▲ 그룹 측은 2022년까지 긴급자금을 모두 상환할 계획이다. 큰 무리 없이 구조조정이 잘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한다.
-- 대우조선해양[042660]과 관련해 '헐값 매각', '재벌 일가 이익 몰아주기'란 비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 무책임한 주장과 비난이 진보고 지역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줬으면 한다. 민영화는 재벌 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오로지 대우조선의 근본적인 정상화를 위해 추진됐다. 대우조선은 아직 부실기업이다. 부실기업을 무조건 지원하고 국유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해결책도 아니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지역경제 회복과 혁신성장도 지연된다. 지역 분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해외 도시의 재생 성공사례를 참조하길 바란다. 낡은 산업을 끼고 성공한 사례는 없다.
-- 인터넷은행 진출 의향은.
▲ 인터넷은행 진출은 아직 계획한 바 없다.
-- KDB생명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 일정은.
▲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걸로 알고 있다. 검토 과정이 좀 걸릴 순 있겠지만 무난히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 미래지향적인 투자를 늘리는 방안은.
▲ 산은이 한국투자공사(KIC)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어떤가 하는 망상을 해본다. 국부펀드를 미래 지향적인 산업 육성에 쓴다면 대한민국의 스케일업이 빨라질 것이다. 그게 안 된다면 KIC 최상위 기구에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산업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산업은행 회장,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영관리 또는 경영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어떤 산업에 투자할 건가 등 방향성을 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kong79@yna.co.kr,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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