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숙인 터키와 그리스 정상이 14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면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개별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 정상은 나토 정상회의 중 회담 장 밖에서 사이드라인 회담 형식으로 대면했으며,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담 종료 후 터키·그리스 모두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두 정상은 터키와 그리스 간 갈등 사안인 동지중해 해양 경계 문제와 천연가스 탐사·개발 문제를 비롯해 난민 수용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회담에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독일 싱크탱크인 마셜 펀드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터키와 그리스 간 대화의 부활은 지역 안정과 번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와 그리스는 15세기 말 그리스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한 이후 수백 년간 앙숙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스는 약 400년간의 치열한 독립 투쟁 끝에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두 나라는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다.
현재도 두 나라는 동지중해 천연자원 개발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그리스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서 터키 시추선이 천연가스 탐사 작업을 벌여 양국 해군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직전 상황까지 치달았다.
또 지난해 3월 터키가 "유럽행 난민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해 터키-그리스 국경에 대규모 난민이 몰려들었으며, 7월에는 동로마 제국 정교회의 총본산이었던 성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로 전환해 그리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다만, 올해 들어 양국은 2016년 이후 중단된 동지중해 분쟁 조정 회담을 5년 만에 재개하는 등 긴장 완화를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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