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긴장'…인터넷 기업 통제 목적 비판론도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오는 9월부터 데이터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데이터보안법'을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중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데이터보안법에 소셜미디어 기업이나 전자상거래 기업에 대해 자신의 플랫폼에서 몰래카메라 프로그램, 불법 촬영 영상, 조잡한 카메라 등이 유통될 경우 강한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15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 산업정보기술부, 공안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지난 11일 공동 발표문을 통해 데이터보안법 시행을 앞두고 3개월 일정으로 몰래카메라와 불법 촬영물 등을 유통하는 '지하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중국 각지의 호텔 객실, 공공 화장실, 가정 등에서 몰래카메라가 수시로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가정의 보안용 카메라에 불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다는 글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일부 대화방에는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교환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9월 1일부터 시행되는 데이터보안법을 근거로 온라인 플랫폼이나 카메라 제조업자들에 대해 이러한 사생활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
카메라 제조업체와 보안업체에 대해선 생산품의 보안 기능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4개 기관은 발표문을 통해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해선 플랫폼에서 '가짜 카메라와 조잡한 카메라' 등의 유통을 차단할 것을 요구했다. '조잡한 카메라'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몰래카메라와 관련 프로그램, 몰래 촬영한 영상, 조잡한 카메라 등의 유통을 막지 못하면 '강한 처벌'을 받게 되는 알리바바, 징둥, 핀둬둬 등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10일 데이터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6월 이후 세 차례의 심의와 수정 절차를 거쳐 총 55조 항으로 이뤄진 데이터보안법은 중국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차단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가의 핵심 데이터 관리 제도를 위반하고 국가 주권·안전·발전 이익을 해칠 경우 최소 200만 위안에서 최대 1천만 위안(약 17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은 중국 정부가 2017년 6월부터 시행한 '인터넷안전법'의 범위를 확대한 법이다.
인터넷안전법이 주요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데이터보안법은 당국이 모든 데이터의 수집부터 저장, 전송, 가공, 공유 등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데이터 보안을 앞세워 국내외 인터넷 기업에 대한 통제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론도 나온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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