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관련 관세 부과 유예키로…EU "양측 관계의 새로운 장 열었다"
미국 "동맹과 싸우는 대신 공동 위협에 맞서 단합할 것"
G7·나토 이어 EU서도 대중국 공동전선 강화 모색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미국이 15일(현지시간) 지난 17년에 걸쳐 이어온 항공기 보조금 분쟁을 끝내기 위한 '휴전'에 합의했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EU-미국 정상회의를 하기에 앞서 "이번 회동은 항공기에 관한 돌파구와 함께 시작됐다"면서 "이것은 우리의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우리가 17년의 분쟁 끝에 항공기에 대한 소송에서 협력으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브뤼셀에서 양측이 5년간 이번 분쟁의 중심에 있는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히고 관세는 합의 조건이 유지되는 한 유예 상태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이는 분쟁을 해결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타이 대표는 "오늘 발표는 미국-EU 관계에서 오랫동안 거슬렸던 것을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맹 가운데 하나와 싸우는 대신, 우리는 마침내 공동의 위협에 맞서 단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대규모 민간 항공 부문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제3자 측의 비시장 관행을 공동으로 분석하고, 대처하는 데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양측은 "이 부문에서 중국의 비시장 관행에 공정 경쟁을 위한 우리의 기준을 반영하는 명확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대처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과 EU가 중국의 상업 항공기 산업이 제기하는 위협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는 중국의 군사, 경제적 부상과 러시아의 공세적 움직임에 맞서 서방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유럽의 지지를 확보하며 공동전선을 펴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중국의 인권탄압, 민주주의 위협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을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와 동맹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번 합의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기 항공기 보조금 문제를 두고 보복관세로 맞서는 등 양측의 관계를 경색시킨 무역 갈등의 한 부분을 끝내는 것이자 대서양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부활절 1916년'을 인용해 "세계는 변했다, 완전히 변했다"(The world has changed, changed utterly)라면서 EU와 미국의 협력은 "큰 불안"을 야기하는 "이 같은 변화에 대처하는 데 최선의 답"이라고 말했다.
EU와 미국은 에어버스, 보잉에 대한 보조금 문제를 놓고 2004년부터 17년에 걸쳐 공방을 벌여왔다. 이는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취임 이후 악화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EU가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2019년 75억 달러 상당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EU도 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섰다. 보복관세 부과는 지난 3월 4개월간 유예된 상태다.
다만 양측 간 또하나의 무역 분쟁인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문제는 아직 남아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양측 모두 12월 1일 이전에 철강, 알루미늄과 관련한 양측의 무역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EU 측은 미국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하면서 EU가 미국 철강,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를 6개월간 해제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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