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이버공격·전략핵·우크라·미대선개입 등 민감문제 거론 전망
푸틴은 나토 확대와 대(對)러제재 불만 나타낼 듯
(제네바·서울=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이재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다.
사전에 '살인자' '똑똑하고 거친 적수' '레드라인' '못생겼으면 거울 보고 화내지 마라' 등 치열한 장외전을 펼친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현안을 논의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랜섬웨어 공격, 전략적 안정성(전략핵 문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의 러시아 군사력 증강, 러시아의 미대선 개입 의혹, 수감된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 등 민감한 문제를 의제로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전 미러 정상회담에서 핵무기를 두고 논의가 벌어졌다면 이번엔 '사이버무기'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핵무기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고 보좌진도 전략적 안정성 논의에 충분한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하겠지만 더 시급한 과제는 '사이버공격의 달인'처럼 굴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이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최근 미국 기반시설 기업들이 잇따라 사이버공격을 받아 바이든 대통령도 이 문제를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최대 송유관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과 세계 최대 정육회사 JBS를 겨냥한 랜섬웨어 공격은 러시아에 있는 해커가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러시아 정부가 적절히 조처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사이버공격 문제가 논의돼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이버공격 특성상 누구 소행인지 입증하기 어려워 책임을 부인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NYT는 "민간을 상대로 사이버무기 사용을 제한하자는 디지털판 '제네바협정'을 첫 시도해 보는 정도가 최선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핵무기 문제가 주요의제에서 빠지진 않을 전망이다.
한 바이든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네바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취재진에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의 미래도 주요의제라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양국이 실전에 배치하는 핵탄두를 각각 1천550기로 제한하는 뉴스타트는 2026년 만료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순방 기간 화두인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전통적 우방국으로, 특히 최근 들어 미·중 갈등 속에서 중·러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대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 미국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 양측은 범죄자들에 대한 상호 인도 문제, 경제 협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란 핵, 한반도 상황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은 "대통령들은 그들의 재량에 따라 어떤 주제든 다룰 수 있다"며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주제도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회담은 오후 1시 18세기 고택인 '빌라 라 그렁주'에서 시작해 4∼5시간 동안 소인수 회담(narrow-format talks), 확대 회담, 짧은 휴식, 회담, 기자 회견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각자 기자회견을 한 뒤 두 정상은 이날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과 관련, 양국 관계가 '저점'인 만큼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과 두 정상의 만남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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