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 제거'는 사전 예고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정부가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 관리에 나서기로 한 이후 무더기 '잡(雜)코인' 정리가 벌어지는 배경에는 역시나 코인 시장이 '무법지대'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거래 유의 종목 지정 후 거래 지원 종료(상장 폐지)까지 걸리는 기간도 거래소마다 제각각이다. 특히 상장 폐지가 아닌 특정 마켓(시장)에서의 삭제의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느닷없이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코인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갖춘 주요 4대 거래소의 거래 지원 정책상 유의 종목 지정 후 폐지까지 기간이 서로 다르다.
거래대금 규모 1위인 업비트는 내부 기준에 따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통상 일주일간의 소명 기간을 코인 발행 주체에 허용한다. 이 기간에 제대로 된 소명을 하지 못하면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빗썸은 이보다 더 길다. 빗썸은 유의 종목 지정을 공지한 날부터 30일간 유예 기간을 두고 거래 지원 종료 여부를 정한다.
코인원의 경우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후 상장 유지를 위한 개선안을 제안한다. 이후 2주 이상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 폐지를 결정한다. 검토할 수 있도록 2주 이상 기간을 줄 뿐, 언제까지 다 끝마쳐야 한다고 못 박지는 않았다는 게 코인원의 설명이다.
4대 거래소 가운데 상장 코인 수가 가장 적은 코빗은 거래소 개설 이후 한 차례만 유의 종목 지정 후 소명을 요청했는데, 이때 한 달가량의 기간을 줬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딱히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간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며 "(기간이 길든 짧든)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의 모든 마켓(시장)에서 코인이 사라지는 상장 폐지와는 별개로 개별 마켓에서만 거래가 막히는 '페어 제거'는 또 경우가 다르다.
업비트는 이달 11일 오후 5시 30분 공지를 통해 마로(MARO), 페이코인(PCI), 옵져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 등 코인 5종의 원화 마켓 페어 제거(18일)를 알렸다. 업비트가 내세운 이유는 '내부 기준 미달'이었다.
원화 마켓 페어 제거란 원화 마켓에서의 거래 중단을 뜻하는 것으로, 비트코인(BTC)이나 테더(USDT) 마켓에서는 해당 코인의 거래를 계속할 수 있다.
마켓 페어 제거는 업비트에서는 처음 있던 일로, 상장 폐지 과정상 유의 종목 지정 공지 같은 사전 절차가 따로 없다. 모든 마켓에서 코인이 사라지는 상장 폐지가 아니기 때문에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는 게 업비트 설명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큰 폭의 변동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원화 마켓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상장 폐지했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 청원에는 16일 오후 5시 현재 2천755명이 동의했다.
코인 발행 주체로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이번에 업비트 원화 마켓에서 제거된 퀴즈톡 측은 "업비트가 합당한 사유와 정당한 절차 없이 원화 페어 삭제를 단행했다"고 항의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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