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이후 정상화에도 추가 자금 필요하고 노사 갈등도 '과제'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이스타항공이 매각 추진 2년만에 새 주인으로 ㈜성정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해 제주항공[089590]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파산 위기까지 몰린 이스타항공이 '기사회생'했지만, 여전히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업체인 성정에 1천100억원가량에 인수됐다.
인수 이후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은 부채 상환이다.
이스타항공의 공익채권인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은 800억원이며, 채권자가 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은 1천85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은 성정으로부터 받은 1천100억원 중 800억원은 공익채권 변제에 활용해야 한다. 남은 300억원은 항공사 리스사, 정유사, 카드사 등의 회생채권 상환에 사용한다.
이스타항공은 채권자와 부채 상환 비율을 협의해 1천850억원에 달하는 회생채권을 줄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회사 파산 시 채권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만큼, 채권자들과의 합의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 기업의 경우에도 국내법에 따라 부채 비율이 조정된다.
부채를 상환한 뒤에도 운항 재개를 위해서는 신규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항공기 리스 계약과 국토교통부 항공운항증명(AOC) 취득, 조종사 교육 등을 위해서 1천500억원가량이 추가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이 연내 운항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불황인 점도 불안 요소다.
이스타항공은 AOC 재취득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10~11월 운항 재개를 목표로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신생 LCC(저비용항공사)인 에어로케이가 취항했고, 에어프레미아도 취항을 앞둔 상황에서 LCC들이 국내선 운항을 확대함에 따라 국내선 항공편 공급은 포화상태다.
국적 항공사의 국내선 운항 편수는 이미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LCC들은 1만원도 안되는 제주행 항공권을 판매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제주항공, 진에어[272450], 티웨이항공[091810]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스타항공이 국내선 운항을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2년가량 걸린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스타항공도 2년간 적자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체결로 국제선 운항 재개가 기대되고 있지만, 당장 가시적인 항공 여객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 LCC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 재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LCC는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새로운 항공사의 등장으로 LCC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갈등도 이스타항공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0월 경영난을 이유로 605명을 정리해고했고, 이 과정에서 조종사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며 노사 갈등이 빚어졌다.
조종사 노조는 "기재 증가에 따른 해직자의 순차적 복직 계획을 노조와 협의해 조속히 복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최대한 많이 복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정리해고 당시에도 약속했듯이 회사가 정상화되면 해고자를 복직시킬 것"이라며 "운항을 재개하면 인력도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에 복직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인수자인 성정도 기재를 조속히 늘려 직원 재고용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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