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휴양지 비아레조서 첫 야외조각전…보첼리 소유 비치클럽서도
(비아레조<이탈리아>=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유명 여름 휴양지 비아레조(Viareggio) 해변 일대가 한국 대표 조각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야외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비아레조시는 19일(현지시간) 박은선(56) 조각전 '석조의 끝없는 유동성'(Infinita fluidit della pietra) 개막식을 했다.
이번 야외 조각전에는 다양한 색상의 대리석과 화강암으로 제작된 박 작가의 대표 작품 12점이 전시돼 오가는 현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 작가의 장기인 동양적 조형미가 살아있는 작품들이다.
작품들은 박 작가의 작업장이 있는 인근 피에트라산타(Pietrasanta)에서 운송됐다. 작품을 해체해 운송한 뒤 재조립하는 데만 3만4천 유로(약 4천60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비아레조에서 야외 조각전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첫 전시의 주인공으로 한국인 조각가가 선정된 것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비아레조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전시를 주최했다.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 사망 100주기를 맞는 2024년 유럽 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조르조 델 긴가로 비아레조 시장은 "박 작가의 작품은 비아레조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예술적 영혼을 가져왔다. 박 작가가 올해 비아레조의 여름을 더 빛나게 해주는 주인공"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박 작가는 "아름다운 바다 도시 비아레조에 내 작품이 아름다움을 더한 것 같아 매우 기쁘다. 도시 전경에 맞도록 작품색까지 고려했다"며 "제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해 준 비아레조시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2일까지 이어진다.
박 작가는 이날 개막하는 또 다른 조각전 '바다에서 무한으로'(Dal Mare All'infinito)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전시회는 비아레조 인근 마을 포르테 데이 마르미(Forte dei Marmi)에 있는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가족 소유의 비치클럽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자신의 공연 무대를 유수 작가의 조각품으로 장식하는 보첼리와 박 작가 간 향후 협업 가능성도 엿보인다.
두 조각전은 모두 이탈리아 3대 갤러리 가운데 하나인 콘티니(Contini) 아트 갤러리가 기획했다.
이번 조각전을 바라보는 현지 언론들의 관심도 크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동양적 형태와 투톤 대리석으로 특징되는 피렌체식 로마네스크 전통이 완벽하게 조화된 현대 예술이 비아레조의 여름을 장식한다"고 썼다.
또 지역 일간 라 가제타 디 비아레조는 "박 작가는 상징 또는 우화의 가치를 지닌 동양 문화의 전형적인 공간 개념을 진정으로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희대와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예술아카데미를 졸업한 박 작가는 1993년께 세계 조각 예술의 본고장인 피에트라산타에 정착한 이래 추상적 동양미가 깃든,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현해왔다.
유럽과 미국 등을 주 무대로 여러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로 자리 잡았다.
그는 조각 예술에서 뛰어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일 외국인으로는 역대 세 번째,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피에트라산타의 명예시민이 됐다.
또 2018년에는 피에트라산타가 매년 최고의 조각가에게 주는 권위 있는 '프라텔리 로셀리'상을 받았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