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중국인들 본국 지원 백신접종 소식에 "중국 부러워해 보긴 처음" 반응도
대사관 바라보지만 뾰족한 방법 없어…"백신 접종자 한국 격리 면제는 '그림의 떡'"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지난 20일 양곤 시내 대형 건물인 미얀마 컨벤션센터(MCC).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평상시는 굳게 닫혀 있던 이 건물이 이날 오전 일찍부터 붐볐다.
꽤 넓은 주차장도 차량으로 모두 채워지다시피 했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려 모여든 양곤 거주 중국 국적자들이었다.
재봉 기계 판매업을 하는 중국 조선족 동포인 S씨는 기자에게 "중국 대사관 안내로 중국에서 가져온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이 미얀마에서의 두 번째 접종이다. 미얀마에 있는 중국인들 만 오천 명가량이 거의 다 접종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한인 사회 일각에서는 부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얀마에서 20년을 넘게 살았다는 한 한인 교민은 "중국 사람들이 자기 나라 대사관이 본국에서 가져온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 교민은 "중국이 부러워 본 적은 처음이다. 한인들도 하루빨리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년 7개월째 한국에 가지 못했다는 한인 A씨는 "'7월 1일부터 해외 백신 접종자 입국시 격리가 면제된다'는 우리 정부 발표도 있었지만, 미얀마 교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A씨는 "확진자는 폭증하는데 백신 접종은 기약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얀마는 쿠데타 이후 한, 두 자릿수에 불과했던 확진자가 지난 19일 546명, 20일 546명, 21일 630명으로 폭증세다. 확산 속도가 빠른 변이 바이러스도 나왔다.
그런데 백신 구하기는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다.
군사정권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는 지난 19일 회의 뒤 "감염병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전 국민의 의무"라며 "정치적 요구와 개인적 희망을 포기할 때 감염 대책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국가의 의무를 온전히 국민에게 떠넘긴 무책임 그 자체였다.
SAC는 또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전 정권에서 인도와 계약했던 코비실드 백신(인도 현지 제약사가 위탁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천만 회분 중 이미 들여온 350만 회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수입을 중지한다"며 "필요한 백신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국민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백신 계약을 파기한 채 자신들이 '잘 보여야 하는' 국가들과 재계약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백신 접종은 3%대에서 완전히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국민들을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다른 나라 정부들과 너무나 비교되는 군사정권 행보에 한인들은 할 말을 잊은 모습이다.
미얀마 한인회(회장 이병수)는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에 교민들이 백신을 맞을 방안이 없는지 문의하고 있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한인회측은 "모두가 맞을 수 없다면 65세 이상 고령인 500여명 만이라도 유료로 접종할 방법이 없겠느냐"며 대사관에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에서도 우리 정부는 물론 미얀마 정부나 미얀마 주재 다른 나라 대사관 등을 통해서 백방으로 수소문하고는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쿠데타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미얀마 한인들은 이제는 코로나19 3차 유행 속 '백신 공백'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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