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가져온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고통에 공감"
크렘린궁 "비극적 사건의 역사적 기억 보존 중요성 강조"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끔찍한 전쟁 범죄를 일으킨 데 대해 최근 "수치스럽다"는 표현을 써가며 피해국들에 사과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나치의 소련 침공 80주년을 맞이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재차 사죄의 뜻을 전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나치 정권에 의해 시작된 전쟁이 가져온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고통에 공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또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의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양국 모두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양국 정상의 통화에서 유럽 대륙의 안보 유지는 양국의 공동 노력으로써만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국 대국민 팟캐스트에서 "나치 독일의 구소련 침공이 곧 80년째를 맞는다"면서 "독일인에게 이날은 수치스러운 날로, 생존자들에게 겸허히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나치 독일은 1941년 6월 22일 소련을 침공했다. 소련은 이른바 '대(大)조국전쟁'으로 부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2천700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는 이날을 러시아판 현충일인 '추모와 애도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지 80년째가 되는 해이다.
나치 독일은 소련 침공 이후 서부 지역으로 빠르게 진격해 수도 모스크바에 거의 다다랐지만, 1943년 스탈린그라드(지금의 볼고그라드) 전투에서 소련에 참패했고 이후 전장에서 궁지에 몰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옆 무명용사의 묘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6월 22일은 여전히 모든 세대의 가슴에 분노와 슬픔을 불러일으킨다"며 운명을 짓밟힌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고된 체험과 끔찍한 세월이 문자 그대로 우리 기억 속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러시아는 제2차 대전이 나치에 맞선 소련의 전쟁이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승전의 주역도 당연히 러시아라고 생각한다.
한편, 크렘린궁은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가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 80주년을 맞이해 푸틴 대통령의 초청 기고문을 실기도 했다고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상호신뢰를 회복하려는 전후 노력은 환영하면서도 옛 소련권 국가들을 끌어안으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한 데 대해서는 안정성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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