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빈과일보 논설위원 체포…자매지는 운영 중단

입력 2021-06-23 15:56   수정 2021-06-24 11:34

홍콩 빈과일보 논설위원 체포…자매지는 운영 중단
외세와 결탁한 혐의…넥스트매거진 "자산 동결로 운영 불가능"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 폐간이 임박한 가운데 당국이 23일 빈과일보의 논설위원을 체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이날 빈과일보의 논설위원 융칭키(55)를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자택에서 체포했다.
융칭키는 '리핑'이라는 필명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해왔다.
그는 2016년부터 800편의 칼럼과 논평을 써왔으며, 그중 331편은 2019년 이후 작성됐다.
SCMP는 경찰 소식통을 인용, 추가 체포 작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국가안전처는 지난 17일 빈과일보의 간부 5명을 체포해 이중 라이언 로 편집국장 등 2명을 외세와 결탁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했다.
또 빈과일보의 자산 1천800만 홍콩달러(약 26억 원)를 동결하고 취재진의 컴퓨터 44대 등을 압수해갔다.
경찰은 2019년부터 빈과일보에 게재된 글 30여편이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의 기고문을 포함해 대부분 논평과 칼럼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SCMP는 전했다.
한편, 빈과일보의 자매지인 온라인 매거진 '넥스트매거진'은 이날 운영 중단을 발표했다.
넥스트매거진의 루이스 웡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당국의 자산 동결로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라이가 1990년 세운 넥스트매거진은 홍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잡지 중 하나였으며, 2018년 오프라인 잡지를 폐간하고 온라인으로만 운영돼왔다.
웡 대표는 수년 전 매출 손실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으나 온라인판 전환에 성공한 뒤 1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으나 "일부 동료는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 상상을 멈추라고 솔직히 말해야한다"면서 "우리는 한 때 언론의 자유를 누렸고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빈과일보의 폐간 여부가 오는 25일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직원의 절반가량은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영문판, 온라인 금융 뉴스, 홈페이지 온라인TV 뉴스 '애플 액션 뉴스' 등의 서비스는 이미 중단됐다.
빈과일보의 남아있는 직원들은 회사가 마지막 발간일로 예상한 오는 26일자까지 신문이 정상 발간될 수 있도록 분야를 넘나들며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한 직원은 SCMP에 "인력 제한에도 우리는 25일 전에는 신문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우리는 신문이 폐간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 하기로 맹세했다"고 말했다.
최근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넥스트디지털의 전체 직원은 약 1천300명이지만, 빈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 그룹의 전체 직원은 약 800명이라고 SCMP는 전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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