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자국 매체 사이트 차단한 미국 비난…"트럼프와 똑같다"(종합)

이란, 자국 매체 사이트 차단한 미국 비난…"트럼프와 똑같다"(종합)
"미국 정권은 다른 의견 용납 안 해…표현과 언론의 자유 훼손"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이 23일(현지시간) 자국 매체 인터넷 도메인을 압류해 사이트를 차단한 미국을 비난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영 IRIB 방송을 통해 "이란 매체 사이트 차단은 미국의 조직적인 표현의 자유 훼손과 독립된 언론의 입 막기 사례"라고 꼬집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수치스러운 이중잣대를 가진 미국 정부는 이전 행정부(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면서 법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자체 웹사이트가 차단된 국영 프레스TV는 "이번 사태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국의 편협한 시각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권은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으며 이를 잠재우려고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프레스TV는 국영 영어방송으로, 지난해 12월 유튜브 계정이 폐쇄되기도 했다.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이번 미국의 조치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반관영 뉴스통신사인 파르스는 미국 정부가 차단한 웹사이트들에는 여러 개의 뉴스통신사와 TV 채널이 있다면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샤흐로크 나제미 유엔주재 이란 대표단 공보실장은 "미국의 조치는 불법이며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라면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이 후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의 위성뉴스 채널 알마시라도 사전 공지 없이 채널이 끊겼다면서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제작 활동 침해 행위에 맞서는 임무를 계속하겠다고 반발했다.
반군 최고정치위원회의 무함마드 알후티 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소위 민주주의 지지 세력이라는 자들의 실체를 드러낸 사례"라면서 "독립 언론들이 미국 정권을 불편하게 했을 것"이라고 썼다.
전날 외신들은 미국이 이란 정부와 관련된 수십 개의 웹사이트 도메인을 압류했다고 보도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위성뉴스 채널,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근거를 둔 하마스와 지하드의 관점을 반영하는 '팔레스타인 투데이'도 차단 대상에 포함됐다.
AP 통신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들 사이트 대다수는 이란의 허위정보 유포 노력과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이들 매체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영어로 "이 웹사이트의 도메인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연방수사국(FBI) 등의 법 집행 일부로서 압류 영장에 따라 미 정부에 압류됐다"는 문구가 나온다.
이란 정부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차단하지만, 최고지도자와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 국가기관 대부분은 SNS 계정으로 활발하게 자신의 입장을 대외에 알린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