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IH, 중국 요구에 코로나 정보 삭제"…'기원은폐' 논란 가열

입력 2021-06-24 09:29  

"미 NIH, 중국 요구에 코로나 정보 삭제"…'기원은폐' 논란 가열
미 연구자 "코로나 초기 우한 환자서 추출한 바이러스 정보 삭제돼"
NIH "정보 제출한 중국 과학자 요구에 따라 규정대로 삭제"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미 국립보건원(NIH)이 중국 과학자들의 요청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확보한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삭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기원을 규명할 핵심 정보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IH는 성명에서 "정보를 제출한 과학자가 삭제를 요청할 권한을 갖고 있다"라며 "중국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유전자 정보를 제출하고 3개월 후 삭제를 요구해 이에 따랐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시애틀 '프레드 허치슨 암 연구소'의 제시 블룸 박사가 22일 논문을 발표해 알려졌다.
블룸 박사는 NIH가 삭제한 자료에는 지난 2020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을 받았거나 의심 증세를 보여 입원한 환자에서 추출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삭제된 자료 일부를 아직 다른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대개 과학자들은 NIH와 같은 주요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려 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보가 이렇게 부족한 이유는 당시 이를 파악하려는 노력 부족 때문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블룸 박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이메일에서도 "NIH가 자료를 삭제한 데 대해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를 삭제한 것은 과학 윤리 규범이나 신뢰성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코로나19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 중국의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는 게 블룸 박사의 지적이다.
코로나19의 기원을 연구하려면 바이러스가 어떻게 몸속에 침투했고 확산하기 시작했는지 등을 알려줄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NIH에 저장됐던 정보가 삭제되는 일이 생기면 연구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NIH 측이 밝힌 삭제 이유는 지난해 6월 유전자 정보를 제출했던 과학자들이 새로운 데이터로 갱신하면서 혼동을 피하려고 과거 자료를 삭제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 과학자들은 같은 해 3월 NIH 측에 유전자 정보를 제출했으며 해당 정보에 대한 설명을 담은 자료도 발간했다.
이들은 여기에서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를 검출하는 기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중국 우한에서 조사를 벌였던 세계보건기구(WHO)의 한 관계자는 "WHO가 파악한 사실이 블룸 박사의 연구 때문에 크게 바뀔 것은 없다"라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초기 감염에 대한 분석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NHC)나 정보를 제출했던 과학자들은 사안 확인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WSJ가 전했다.
블룸 박사는 지난 5월에도 코로나19가 연구실에서 유출됐거나 감염된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됐다는 가설을 주장하며 WHO가 조사를 더욱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룸 박사는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자신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아직 정식 발간 절차를 모두 거치지는 않은 상태라고 WP가 보도했다.
aayy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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