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절차 무시하고 코로나 약 요구…알고보니 트럼프였다"

입력 2021-06-25 10:27   수정 2021-06-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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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절차 무시하고 코로나 약 요구…알고보니 트럼프였다"
WP, 지난해 10월 트럼프 확진 당시 물밑 작업 폭로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지난해 10월 당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이던 스티븐 한은 다급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백악관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코로나19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를 예외적으로 승인해달라는 갑작스러운 압박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대체 백악관 누구에게 이런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한 국장은 알 수 없었다.
그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수차례 거절했다가 나중에야 알게 됐다.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것을. 또한 그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오는 29일 출간 예정인 '악몽 시나리오:역사를 바꾼 트럼프 행정부의 팬데믹 대응 실상'을 미리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책은 WP 기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당시 급박하게 돌아갔던 백악관 속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당시 백악관에서는 대통령 측근부터 코로나19에 무더기로 걸리기 시작했고, 트럼프 본인도 끝내 10월 2일 확진 사실을 알렸다.
이렇게 되기까지 물밑에서는 긴급한 전화가 오고 갔다고 이 책은 전했다.
앨릭스 에이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이런 전화를 받은 사람 중 하나다.
전날인 1일 그는 백악관의 긴급 전화를 받았는데, 백악관 누군가가 실험용 코로나19 치료제를 얻도록 지원해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다음 전화가 당시 FDA 수장이던 한 전 국장에게 갔고, 그는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의 '동정적 사용'을 승인해달라는 압박에 직면해야 했다.
동정적 사용이란 중증 환자에게 미승인 약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주는 것인데, 대상이 누군지도 모른 채 이를 승인할 수는 없었다고 한 전 국장은 회고했다.
나중에야 그 대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한 전 국장은 더 큰 충격에 빠졌다.
'맙소사, 확진자가 대통령인데 절차를 무시하려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74세로 고령인 데다 운동 부족, 비만 등이 겹쳐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했다.
절차를 무시하라는 백악관의 압박 끝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생명공학 회사 '리제네론'이 개발 중이던 단일클론 항체 약물 'Regn-COV2'를 다른 치료제와 함께 처방 받았고, 사흘 만에 퇴원해 10월 5일 백악관에 복귀했다.
그러면서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태가 당시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고 짚었다.
이후에도 놀랄 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의료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에 걸렸다 나은 만큼 이전까지 고집했던 마스크 거부를 철회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했으며,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부추겼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받았던 처방과 치료가 다른 미국인은 받을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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