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정식 주호주 대사 "수교 60년 양국관계 격상 추진"

입력 2021-07-01 08:30  

[인터뷰] 강정식 주호주 대사 "수교 60년 양국관계 격상 추진"
"'혈맹' 토대 위 양국관계, 역내 안정·번영에도 중요한 의미"
"중국과 갈등 와중 호주의 무역 다변화를 한국 진출 기회로 활용해야"
"신남방 정책과 호주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접점도 모색 중"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강정식 호주 주재 한국대사는 한국과 호주 관계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한·호주 수교 60주년(10.30)을 앞두고 1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 격상을 위한 논의가 오랜 기간 이어져왔고, 특히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공감대가 확인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호주의 한국전 참전으로 형성된 '혈맹'이라는 토대 위에 형성된 양국 관계는 이제 역내 안정과 번영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협력 확대의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대사와의 일문일답.





-- 한국과 호주는 그간 국제무대에서 상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수교 60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를 되돌아본다면.
▲ 한국과 호주는 한국전쟁에서 함께 싸운 끈끈한 유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시장경제,인권보호,법치주의 등 기본가치를 공유하면서 양국 간 정치,경제,문화,인적교류 뿐 아니라 역내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협력 파트너로 발전해왔다.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아태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중국의 부상 등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어 이러한 기본가치를 공유한 전통 우방인 호주와 한국 간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역내 안정과 번영에도 중요하다.
양국 관계는 호주의 한국전 참전으로 형성된 혈맹 관계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호주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각별한 양국관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 특히 교류협력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주체들도 있을텐데.
▲ 교류협력의 비약적인 발전에는 우리 기업인들과 동포분들의 역할이 컸다. 호주는 한국의 제6위 투자대상국이자 에너지자원 분야 최대 투자대상국(누적 50억달러)으로, 그간 우리 기업의 활발한 호주 진출이 이루어졌으며 한국은 호주의 제4위 교역국으로 성장했다.
17만명의 재호주 우리 동포들은 양국 간 교량 역할을 하며 호주 내 한국문화 홍보 및 확산에 기여했다. 또 최근 호주 내 한국학 및 한국어 교육 확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 한호 양국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오랫동안 있어 왔으며, 이번 6월 영국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호 정상회담에서도 양국관계 격상 추진에 대한 정상 간 공감대를 확인했다.
한국과 호주는 이미 다방면으로 긴밀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협력 확대의 잠재력과 여지가 크다. 양국관계 격상 추진을 계기로 양국이 제 분야에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협력 분야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 격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나.
▲ 양국 간에 관계 격상을 위한 제반 여건이 조성되어 있고 공감대도 형성된 만큼, 이를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마련된다면 양국관계 발전에 호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올해는 양국 수교 60주년으로 양국 간에는 이를 기념하는 뜻깊은 사업 추진과 동시에, 우리 정상의 호주 방문 추진이 협의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방문이 성사될 경우 양국 관계 격상과 함께 양국 협력의 심화 및 확대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양국은 국제무대에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의 전략적인 가치는.
▲ 역내 외교·안보 환경이 많은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는 현 시점에서 주요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입장국이자 역내 전략적 이해를 같이 하는 호주는 우리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양국 모두 중견국이자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규범에 기반한 다자주의 국제질서 강화를 지지하며, 개방적, 투명적, 포용적 역내 질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 등 대북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지해왔다. 경제적으로도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지닌 강점과 2014년 발효된 FTA를 기반으로 협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호주는 에너지 자원 분야에서 한국의 최대 투자대상국으로 우리나라에 석탄, LNG, 철광석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고, 청정수소 등 분야에서도 협력의 여지가 다대하다. 이런 점들을 기반으로 호혜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신남방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간 접점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호주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공히 규범 중심의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역내 질서를 지향하고 있다. 협력 대상 지역에 있어서도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정부와 주요 연구기관 간에 심도 있는 대화가 추진되고 있고, 우리 대사관도 민간 차원의 노력을 지원하면서 1.5 트랙 차원의 협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금년 2월 양국 외교부는 국장급 아세안 정책대화를 열어 신남방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접점을 모색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과 구체적인 협력 사업들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은 코로나19 및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이 대두되는 도전 과제에 대응해 보건, 메콩, 경제회복, 디지털경제, 해양 등 분야에서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렇게 호주와의 협력은 신남방정책의 외연을 확대하고 우리 외교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 최근 격화되고 있는 중국과 호주 간 갈등에 대한 입장과 대응 전략은.
▲ 호주와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중국과의 긴밀한 교역관계라는 유사성을 지니고 있어 호주의 대미·대중 관계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다만 한국의 경우, 지리적 여건이나 북한과의 관계 등 호주와 다른 특수성이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최근 호주·중국 간 갈등 심화를 계기로 호주 내에서 중국에 과도하게 집중된 무역을 여타국으로 다변화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다변화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을 유력한 협력대상국 중 하나로 거론하는 기류가 있어 이를 호주 시장 진출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과 호주의 '미들 파워' 역할론이 갖는 현실적 의미는.
▲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들 간의 갈등 격화는 역내 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는 만큼 호주와 한국을 비롯한 유사입장을 가진 중견국들이 협력하여 각국 간 갈등을 완화하고 규범 기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경주할 필요가 있다. 양국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범지역 소다자 협력체인 믹타(MIKTA)를 통해서도 다자주의 협력 강화 노력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수소 에너지 등 미래 친환경 산업에서도 상호 협력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는데.
▲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수소를 유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수소연료전지,수소차 등 수소 활용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 호주는 태양광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 넓은 국토면적 등 청정수소를 생산하기에 적합하다.
이렇게 볼 때 한국과 호주는 수소 생산과 활용 등 수소 공급망 전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 이에 양국 정부 및 기업 등 민간 차원에서도 수소 협력을 활발히 모색 중이다. 대표적으로 양국 정부 간 수소협력의향서 체결, 민간 수소기관 간 양해각서(MOU) 등을 통한 중장기 그린수소 협력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수소는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비해 아직까지 새로운 에너지원이라 비즈니스 분야에서 다양한 수요를 창출하고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관건으로 보인다.

--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문화 교류 증진을 위해 새롭게 추진하는 분야나 사업은.
▲한·호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 새롭게 추진한 대표적인 문화행사 중 하나로 '제주 해녀 전시회'를 들 수 있다. 시드니, 호바트, 퍼스 등 호주 내 주요 해양도시의 박물관들과 협업하여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현지인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관심과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우리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여 가치있는 지역 문화를 적극 발굴해 호주에 소개하는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호주의 문화 아이템 중에서는 호주 원주민 미술을 한국에 알리고 싶다. 호주 원주민 미술의 특징은 자연과 깊은 영적 교감과 성찰을 바탕으로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로 그린 독특한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지구상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화인 호주 원주민 미술을 국내에 소개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호주 원주민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스포츠도 잠재력이 높은 분야다. 호주는 올림픽에서 10위권 이내에 드는 스포츠 강국이면서 생활체육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호주인들의 삶은 여러모로 스포츠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코로나 이후에 스포츠 분야 교류가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dc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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