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 이행 촉구…내달 개최 세계유산위 대응 주목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의 비정부기구(NGO)와 미국의 재향군인단체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메이지(明治) 일본 산업혁명 유산'에서 이뤄진 태평양전쟁 중 강제노동의 실상이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고 세계유산위원회에 촉구했다.
일본의 시민단체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이하 단체)는 다음 달 16일부터 열리는 제44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지난 25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메이지 산업유산을 홍보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에서 전시 강제노동 기록도 전시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전시 강제노동에 대해 희생자를 기억하는 전시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작년 6월에 공개된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희생자의 사진이나 증언은 없고 "민족차별도 강제노동도 본 적이 없다"는 증언뿐이라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단체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 규슈(九州) 지역 유산 중 다카시마(高島)·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탄광, 야하타(八幡)제철소, 미이케(三池)탄광, , 나가사키(長崎)조선소에선 태평양전쟁 기간 조선인 약 3만명, 중국인 약 4천명, 연합국 포로 약 4천명이 동원돼 강제노동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단체는 지난 4월 3일 세계유산위원회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위원회가 일본 정부에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 개선을 권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재향군인 단체인 '바탄·코레기도르방어미군추모회'(ADBCMS·이하 추모회)도 지난 2월 25일 세계유산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산업유산정보센터에 태평양전쟁 당시 연합군 포로의 강제노동도 전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 추모회는 필리핀 바탄반도에서 일본군의 포로가 된 미군과 유족으로 구성됐다.
추모회는 서한에서 일본 정부는 2015년 메이지 산업유산의 '전체 역사'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연합군 강제노동은 전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미군 참전용사를 존중하지 않고 산업유산에서의 전시 노동 전체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에 매우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당초 작년 6월 개최될 예정이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연기된 제44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다음 달 16∼31일 중국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에서 온라인으로 열린다.
일본 정부가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세계유산위원회가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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