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6%,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아도 "거래 잘했다"

입력 2021-06-28 12:00  

한국인 56%,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아도 "거래 잘했다"
실질임금상승률 같은데 임금 삭감엔 "불공정"…임금 인상엔 "수용할만"
한은 "화폐환상 확인…경제 분석·예측에 명목 변수도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우리나라 성인들의 상당수가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가치'보다는 일단 화폐로 표시된 '명목가치'를 중심으로 경제적 사안을 판단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29일 '한국의 화폐 환상(money illusion)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2018년 6∼7월 서울과 4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성인(2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화폐환상 현상 검증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화폐환상은 경제주체들이 물가 변화에 따른 실질가치의 증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가와 명목임금이 똑같이 각 2%씩 올랐을 때, 실질임금에는 사실 변화가 없는데도 노동자가 임금이 상승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은의 이번 조사에서도 화폐환상 경향이 확인됐다.
2억원에 산 주택을 1년 후 매각하는 거래에서 ▲ 매도액 1억5천400만원(매입액 -23%)·물가 25% 하락(1년간) ▲ 매도액 1억9천800만원(매입액 -1%)·물가상승률 0% ▲ 매도액 2억4천600만원(매입액 +23%)·물가 25% 상승의 3가지 경우를 제시하자, 과반(56.4%)이 2억4천600만원 매도자를 '가장 거래를 잘한 사람'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 경우 매도액만 가장 많을 뿐, 실질 수익률(-2%)은 나머지 두 거래보다도 낮다.
임금수준과 공정성 관련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A, B 회사는 공통적으로 많은 실업자가 있는 불황 지역에 있지만, 물가 상승률은 각 0%와 12%로 다르다. 이 상황에서 A회사는 올해 임금을 7%로 삭감하기로, B 회사는 임금을 5% 인상하기로 했다'는 가정 아래 응답자의 65.8%가 A회사의 조치를 "불공정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B 회사에 대해서는 "수용할만하다"는 응답이 51.2%에 이르렀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두 회사 모두 -7%로 같지만, 명목임금이 삭감되는 경우 저항이 더 크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조사의 일부 문항에서는 화폐환상 가설에 들어맞지 않는 반응도 있었다.
'여유자금의 반은 은행 예금, 반은 주택에 투자할 계획이었는데, 물가상승률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믿을만한 소식을 들었을 경우 투자 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43.4%가 "주택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물가가 오르면 은행 예금 등 명목화폐 가치는 떨어질 테니, 대신 실물자산 투자를 늘리는 것은 '합리적' 대처 방법이다.
화폐환상 현상과 응답자의 특성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연관성이 가장 뚜렷한 것은 '인플레이션 경험'이었다.
응답자가 거주지역에서 최근 3년(2015∼2017년)간 경험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을수록 화폐환상 경향은 심하게 나타났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경험한 인플레이션 수준이 낮고 안정적이면, 실질가치와 명목가치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합리적 무관심'에 따라 굳이 물가상승률을 따지지 않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육 수준은 높을수록 화폐환상이 적었지만, 인지력을 반영하는 인지성찰검사(CRT) 지수나 인플레이션 개념 이해 문제 점수 등과는 뚜렷한 관계가 없었다. 직업 중에서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의 화폐환상 지수가 오히려 높았다.
지방 거주자에서는 화폐환상이 클수록 가계의 순자산 규모가 작은 경향이 확인됐지만, 서울 거주자의 경우 화폐환상과 순자산 규모와의 연관성이 약했다.
황 연구위원은 "조사 결과 우리나라 가계가 화폐환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거시경제 분석과 예측 등에 있어서 실질 변수 못지않게 명목 변수도 중요하게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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