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망원경 관측 중단 보름 넘도록 컴퓨터 고장원인 못찾아

입력 2021-06-28 16:02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 중단 보름 넘도록 컴퓨터 고장원인 못찾아
백업 컴퓨터에서도 같은 에러 반복…하드웨어 고장 가능성 점검 중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우주를 향한 '인류의 눈' 역할을 해온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난 13일 컴퓨터 고장으로 과학 관측을 중단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 고장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주망원경 본체와 과학 장비들은 안전모드에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명령을 전달하는 두뇌 격인 컴퓨터가 제 기능을 못 해 관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과학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허블 운영팀은 고장 난 주 컴퓨터에 대한 다양한 진단에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지난 23, 24일 이틀간 망원경에 탑재된 백업 컴퓨터를 가동했다.
백업 컴퓨터는 지난 2009년 아틀란티스 우주왕복선이 허블망원경에 대한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수리 임무를 수행하면서 설치한 것으로 우주에서 가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주 컴퓨터와 똑같이 메모리에 명령어를 쓰고, 읽어 들이는 것이 안 되는 에러 현상이 되풀이됐으며, 여전히 원인을 찾는 중이다.
허블 운영팀은 1980년대 컴퓨터가 작동을 중단한 뒤 컴퓨터를 재부팅하고, 성능이 떨어지면서 오작동이 발생했던 메모리 장치 등을 점검했지만 고장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허블 운영팀은 주 컴퓨터가 고장 나도 백업 컴퓨터가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백업 컴퓨터에서도 같은 에러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더 근본적인 하드웨어에 고장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점검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과학 장비에 명령어를 전달하고 수집한 자료를 지구로 전송할 수 있게 준비하는 '명령어 유닛/과학자료 포매터'(CU/SDF)나 과학 장비에 공급되는 전압을 조절하는 '전력조절기' 이상이 원인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CU/SDF나 전력조절기가 이상일 경우 백업 장치로 전환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블 망원경은 우주왕복선을 더는 가동할 수 없을 때에 대비해 다양한 백업 장치를 갖춰놓았다.
지난 1990년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배치된 허블 망원경은 올해로 가동 31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중요한 관측을 해내왔으며, NASA는 2020년대를 거뜬히 넘겨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을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 올해 말 발사될 예정이나 원적외선 영역에 특화돼 있어, 근자외선 및 가시광, 근적외선 영역을 관측할 수 있는 허블과 병행 운용될 때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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