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100주년' 中권력 향배는…시진핑 독주 속 세대교체 난망

입력 2021-06-29 17:12  

'창당 100주년' 中권력 향배는…시진핑 독주 속 세대교체 난망
시진핑만 빼고 지도부 물갈이설…"총리 물망엔 후춘화·리창"
후계 구도 불문율 사실상 깨져…시진핑 3연임 체제 개편 가능성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윤고은 심재훈 특파원 = 이번 주 중국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으면서 시진핑(習近平·68) 국가 주석을 중심으로 한 현재 중국의 권력 체제가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당헌과 당장 개정 등을 통해 기존 10년마다 국가 주석을 교체해왔던 연임 규정마저 철폐돼 사실상 3연임을 통한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 상태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함께 의사 결정을 하는 집단지도체제는 시진핑 체제가 올해 9년째 접어들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화 했고, 시 주석은 '시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갈수록 모든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10월 제20차 전국 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수뇌부 물갈이와 관련해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후계자보다는 오히려 '시진핑 1인 독주 체제'의 장기화를 위한 공산당 지도 체제 개편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집권 후 '부패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대규모로 숙청한데 따른 내부 갈등, 장기 집권에 대한 반발, 미국의 압박 그리고 후춘화(胡春華·58) 부총리 등 차세대 주자들의 성장과 같은 변수가 적지 않다.

◇ 후계 구도 불문율 유명무실…시진핑만 빼고 지도부 물갈이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신중국 창립 이후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이래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마오쩌둥 사망 후 '1인 지배'의 폐해를 실감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은 당대 최고지도자가 한 대를 건너뛰어 차차기 지도자를 후계자로 육성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관례를 세웠다.
이에 따라 덩샤오핑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후계자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을 일찌감치 내정했고, 장쩌민 전 주석은 후계자로 시진핑 주석을 지목해 그 관례를 따랐다.

'7상8하'(七上八下)도 마찬가지다. 정치국 상무위원의 자격을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하도록 하는 불문율을 만들었고 국가 주석은 5년씩 연임해 총 10년 임기를 채운 뒤 후임에게 인계하는 제도를 확립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집권 이후 마오 시대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2018년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직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했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 격대지정을 통해 후계자 반열에 올랐던 시 주석이 덩샤오핑의 유훈을 저버린 셈이다. 당시 후진타오가 후춘화를 차차기 후계자로 지정했다는 설이 있으나 공개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하자 오히려 국가 주석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후춘화를 올리지 않았다. 후 부총리와 함께 차세대로 부상하던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당서기마저 낙마시켰다.
아울러 시 주석의 '오른팔' 왕치산(王岐山)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2018년 69세임에도 불구하고 '제8 상무위원'으로 불리는 국가부주석에 취임하면서 사실상 '7상8하' 불문율도 깨진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국가주석 3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한 시 주석의 집권 연장 가도에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연령 제한도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에서는 시진핑 주석을 포함해 리잔수(栗戰書·71) 전인대 상무위원장, 한정(韓正·67) 부총리가 68세를 넘긴다.
왕양(汪洋·66)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66) 중앙위 서기처 서기, 자오러지(趙樂際·64) 중앙기율위 서기와 리커창(李克强·66) 총리는 아직 연령 제한에는 걸리지는 않는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시진핑 주석만 남고, 리커창 총리를 포함해 나머지 현 상무위원 6명은 내년 당 대회에서 최고 지도부에 잔류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후춘화, 리창(李强·62) 상하이시 당서기, 리시(李希·65) 광둥성 당서기, 천민얼(陳敏爾·61) 충칭시 당서기, 위안자쥔(袁家軍·59) 저장성 당서기 등이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물망에 오른다고 보도했다.
홍콩 명보는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구성이 '5명 잔류에 2명 승진'이나 '2명 잔류에 5명 승진'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며, 두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는 후자가 더 자연스럽다고 봤다. 다만, 여전히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시진핑 주석의 독주 체제 속에 후계 구도는 여전히 깜깜한 상황이라 향후 중국 전체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의 니스 그룬버그 분석가는 "임기 제한과 후계 규범을 폐지함으로써 시 주석은 당에 관한 비전과 중국을 위한 국가 계획을 수립할 시간을 더 벌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 주석은 동시에 지도부 체제에 다시 한번 엄청난 불확실성을 주입했고 이는 시 주석이 사라지는 순간 결국 지도부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 베이다이허회의·5중 전회서 시진핑 3연임 체제 논의될듯
시 주석이 내년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내년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최소 20년 통치를 위한 길을 닦게 되며 리커창을 대신하는 후임 총리가 이를 보좌하는 형태로 권력구조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후임 총리로는 후춘화 부총리, 리창 상하이 당서기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리커창 현 총리에 이어 시 주석을 보좌하는 역할로, 후계자 자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시 주석은 계속 일인자로 집권을 하고 차기 총리는 지금의 리커창 총리처럼 지원 사격을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의미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후진타오 등 과거에는 집단 속 영도자였다면 지금은 집중 통일 영도자 체제로 바뀌고 있으며 이미 당헌과 헌법 수정 등 사전 정지 작업이 완비됐다"면서 "집중 통일 영도는 1인 지도체제를 돌려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이 휴가철 비공개로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와 오는 10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 회의(19기 5중전회)에서 새로운 지도부 체제와 관련한 당 제도 개편이 논의되고 내년 당대회에서 당헌 변경 등을 통해 확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베이다이허 회의는 장쩌민 전 주석 시절부터 은퇴한 고위급 지도자들이 이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국정 방침과 인사 문제를 조율하는 주요 통로다.
그동안 장쩌민 계열의 상하이방과 후진타오 계열의 공청단 원로들이 이 회의에서 주도권을 쥐었으나 시 주석이 집권 후 대규모 숙청으로 원로들마저 압박하면서 현재는 시 주석의 측근 세력인 '시자쥔'(習家軍)이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도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를 시작으로 집중 통일 영도 시대에 맞는 공산당 지도부 체제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후계자는 없고 1인 지배체제를 공고화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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