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국민과의 대화'서…개헌으로 2036년까지 집권 가능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적당한 때가 되면 후임을 천거할 것이라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주요 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연례 '국민과의 대화'에서 20년 가까이 잡고 있는 대통령직 이양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한 것과 같은 자발적 권력 이양이 지금도 가능한가, 현재 확신을 갖고 권력을 넘겨줄 만한 사람이 측근들 가운데 있는가'라는 질문에 후임자를 추천하는 것은 자신의 의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때가 돼 특정한 사람이 우리 조국 러시아와 같은 멋진 나라를 다스릴 만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그러나 옐친 대통령이 자신에게 권력을 이양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대통령 조기 사임과 관련한 러시아 법률에 따라 자신이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됐으며 이후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친 대통령의 대통령직 조기 사임에 이어 지난 2000년에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현재 4기 집권 중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국민투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2036년까지 장기 집권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헌안을 채택한 바 있다.
개정 헌법에는 푸틴 대통령이 2024년 다시 대선에 재출마할 수 있도록 그의 기존 임기를 모두 '백지화'하는 특별 조항이 담겼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72세가 되는 2024년 5기 집권을 위한 대선에 재출마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게 됐다.
4년간의 실세 총리 재직 기간(2008~2012년)을 뺀다고 하더라도 30년 넘게 크렘린궁에 머무는 초장기 집권이 가능해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개헌 전인 지난해 6월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안이 확정되면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은 이날 12시 10분께부터 모스크바 국제무역센터에서 약 3시간 40분 동안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모두 70개 질문에 답했다.
전국 각지의 주민들로부터 전화, 인터넷, TV 생방송 등을 통해 질문을 받고 답하는 국민과의 대화는 푸틴이 지난 2000년 집권한 이후 18번째로 진행됐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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