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마스크 지침이 CDC와 다른 것에 "권고 내놓는 맥락이 미국과 달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인도발(發)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인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마스크 착용 규제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이는 지역 당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30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출연해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전염성 강한 델타 변이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증하는 가운데 CDC는 마스크 착용 지침 결정을 지역 보건 당국에 맡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우리는 항상 지역 정책 결정권자들이 그들의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CDC의 마스크 지침은 대체로 백신 접종 완료자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CDC 지침과 달리 백신을 맞은 사람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하면서 CDC가 마스크 지침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는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 델타 감염자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며 지난 28일 모든 주민이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공공 실내공간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이는 대중교통·병원·학교 등의 실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CDC 지침과 상충한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도 델타 변이를 이유로 들어 특히 실내에서는 백신 접종자라도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ABC 방송에 나와 "WHO가 권고를 내놓는 맥락은 여기 미국과는 크게 다르다"며 전 세계적인 백신 접종률은 15%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WHO는 전 세계를 상대로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고, CDC 지침은 전체 인구의 54.2%가 최소한 1회 백신을 맞았고, 46.4%는 백신 접종을 끝낸 미국을 겨냥한 것이어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월렌스키 국장은 또 LA카운티의 독자 마스크 지침에 대해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감염자의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는 지역 차원에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기나 대중교통에서는 백신 접종자도 마스크를 쓰도록 한 마스크 지침이 곧 바뀔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29일 CNN에 나와 "지금으로서는 CDC의 권고는 백신을 다 맞았다면 면역 효과가 있다는 것, 그리고 실외든, 실내든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그러나 델타 변이의 위험성은 재차 경고했다.
그는 "낮은 백신 접종률에 높은 수준의 전염 효율성을 지닌 변이가 겹쳐지면 백신을 덜 맞은 지역은 그게 주(州)든, 시(市)든, 카운티든, 개별적인 일탈을 보게 될 것"이라며 "거의 2개의 미국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앤드루 페카슈 면역학 교수는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높아질 때마다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사람의 숫자는 늘어난다"며 "아직 이런 집단면역 효과를 볼 수 있는 백신 접종률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숲을 벗어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베크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도 30일 CNN에 나와 "델타 변이가 걱정된다"며 전국적으로는 확진자 수가 안정화하고 있지만 많은 작은 지역에서는 델타 변이로 인해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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