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법' 초안 공개…호텔ㆍ병실ㆍ기숙사ㆍ화장실 CCTV 금지
중국 도시 중 처음으로 감시 시스템에 관한 정책 구체화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의 '개혁ㆍ개방 1번지'이자 '기술 허브'인 광둥(廣東)성 선전시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특정한 공공장소를 대상으로 감시용 폐쇄회로(CC) TV(감시카메라)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의 '감시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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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선전시 인민대표대회는 지난달 29일 호텔, 병원 내 병실, 기숙사, 공공 화장실, 탈의실 등 특정한 공공장소에서는 감시카메라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의 '감시법' 초안을 공개했다.
경제특구인 선전시는 지방입법권을 부여받았다.
법안은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공공장소와 설치할 수 없는 공공장소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공항, 지하철역, 은행, 박물관, 쇼핑몰 등을 '공공안전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공공장소 및 시설'로 규정하고, 감시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했다.
반면 호텔, 병실, 기숙사, 공용 탈의실, 공공 유아실 등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공공장소 및 시설'로 분류해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은 또 감시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영상에 대한 관리 방안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감시시스템을 유지할 책임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수집한 영상을 판매, 수정, 유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안당국이 안전 목적으로 특정한 감시 영상을 검색하거나 복제할 때 반드시 2명 이상 입회해서 엄격한 등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단체나 기관이 법 규정을 어길 경우 20만∼100만 위안(약 3천500만∼1억7천500만 원)의 벌금을 물고, 개인이 법 규정을 어길 경우 1만∼10만 위안(약 175만∼1천750만 원)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선전시는 중국의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감시 시스템에 관한 정책을 구체화하는 도시가 된다고 SCMP는 설명했다.
법안은 공공 감시 활동을 규제하고, 시민들의 사생활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서방 세계에서는 중국 당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얼굴인식 기능을 갖춘 감시카메라를 중국 전역에 설치해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의 보안업체인 '컴페리텍'(Comparitech)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세계에서 감시용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상위 20개 도시 가운데 18곳이 중국의 도시이며, 세계 CCTV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무차별적인 얼굴인식 기술 적용에 대한 우려가 표면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한 야생동물공원이 입장객 출입 시스템에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했다가 시민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푸양인민법원은 저장성과기대 궈빙(郭兵) 교수(법학)가 항저우 사파리 공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공원 측에 궈빙 교수의 얼굴인식 자료를 삭제하고 1천38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선전시의 '감시법' 입법 추진은 중국 당국이 디지털 경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에서는 오는 9월부터 데이터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데이터보안법'이 시행된다.
앞서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10일 데이터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6월 이후 세 차례의 심의와 수정 절차를 거쳐 총 55조 항으로 이뤄진 데이터보안법은 중국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차단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중국은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거대 기술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PIPL)을 제정할 계획이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개인정보보호법 초안을 공개하고, 현재 법안에 대한 2차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2차 검토 중인 법안에는 거대 인터넷 기업들을 대상으로 각 기업이 보유한 개인 정보들을 감독하기 위한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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