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아오 "정치인은 더 높은 자리 꿈꿔…적절한 때 결심 발표"
두테르테 "복싱 챔피언이 정치 챔피언은 아냐"…의혹 제기엔 '막말'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키아오가(42)가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은 파키아오에 대한 견제에 나서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두 사람간 '파워게임'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내달 21일 미국에서 열리는 복귀전을 위해 고향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파키아오는 2일 AFP 통신과 만나 향후 계획에 대해 "나는 정치인이다. 모든 정치인은 더 높은 자리를 꿈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때에 내 결심을 발표할 것이다. 아마 시합 이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원의원인 그가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파키아오는 오랫동안 두테르테의 지지자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현 정부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 가깝게 지내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 언급을 했다.
파키아오는 무차별적 살인으로 인권침해 비판이 비등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서도 (집권해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개인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적절한 방식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만약 대통령이 될 경우, 현 대통령을 형사 고발로부터 보호해줄 것이냐는 질문에도 "모든 사람은 법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파키아오의 이런 '거리 두기'에 과거 공개적으로 "차기 대통령감"이라며 파키아오를 치켜세우던 두테르테의 기류도 완전히 바뀌었다.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전날 파키아오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파키아오가 의사당에 앉아 있기를 기대한다. 어디 가지 말고 네가 얘기하던 부패 혐의를 조사해 찾아내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는 더러운 자식'(shit)이라고 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권투 챔피언이 정치에서도 챔피언이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는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있다"라고도 했다.
필리핀은 6년 단임제를 택하고 있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시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년 대선에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42) 다바오 시장이 뛰어들 경우, 두 사람간 간접 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 사라 시장이 파키아오와 다른 주자들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두테르테는 내년 대선에서 부통령 출마도 저울질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대선 후보가 같은 당에서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를 정하지만, 대통령과 부통령 투표는 따로 실시하기 때문에 이들 당선인의 소속 정당이 다른 경우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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