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일국양제' 달리 해석…홍콩에 대한 전면 관리 강조"

입력 2021-07-02 12:12   수정 2021-07-02 17:20

"시진핑, '일국양제' 달리 해석…홍콩에 대한 전면 관리 강조"
홍콩매체 "국가안보를 홍콩 최우선 사항에"…"대만엔 '평화통일' 여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연설을 통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해 전임자들과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방의 압박 속에서 국가안보를 홍콩과 마카오의 최우선 사항으로 설정하고 중국의 적극적 개입을 시사한 점이 주목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해서는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외세의 간섭을 강력히 규탄했지만, 무력 통일이 아닌 평화 통일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국방·외교에 국한않고 홍콩 문제 전반 관여"
홍콩의 시사평론가 조니 라우(劉銳紹)는 2일 홍콩 명보에 "시 주석의 100주년 기념식 연설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90주년 기념식 연설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80주년 연설과 크게 다르다"면서 국제 문제와 대만 문제 등에서 자신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일국양제에 대한 해석 차이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전날 연설에서 "우리는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 방침을 관철해야 하고 중앙 정부는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전면 관리와 통치를 하고 이들 특별행정구는 국가보안법을 시행해 사회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라우는 과거에는 홍콩과 마카오 두 특별행정구와 관련한 '국가안보 수호'가 거의 언급되지 않았으나, 시 주석은 두 특별행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전면 관리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눈에는 홍콩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한 국제적 사안으로 비치고 있으며, 바로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우는 또한 시 주석이 평화 수호를 위해 군의 역할을 언급한 것은 후진타오나 장쩌민 때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중국에 대한 서방의 압박이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 주석의 연설을 요약하면 "오늘의 성과는 시진핑의 지도력 아래 전임자들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임을 국내외에 선언하는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홍콩의 최우선 사항으로 국가안보 수호를 설정하고 관련 입법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언급한 '전면 관리'는 2014년 중국 국무원 백서에 처음 등장했으며, 이는 중국 정부가 홍콩 통치에 있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을 설명한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과 영국이 1984년 체결한 '중·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은 홍콩이 1997년 중국 반환 이후로도 50년 동안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등의 분야에서 자치권을 인정하는 일국양제 정신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외교와 국방에 국한하지 않고, 홍콩 문제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 "홍콩에 별도 보안법 제정 주문"
중국 정부는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했지만, 홍콩 정부에도 별도로 홍콩보안법을 자체적으로 제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라우시우카이(劉兆佳)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시 주석이 현재 홍콩보안법에 담기지 않은 다른 죄목을 담은 홍콩의 자체 보안법 제정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홍콩의 미니헌법인 '기본법' 23조는 반역, 분리독립, 폭동선동, 국가전복, 국가기밀 절도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또 외국 정치기구가 홍콩에서 정치활동을 하거나 홍콩 정치단체가 외국 정치기구와 관련을 맺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앞서 홍콩 정부는 2003년 이 기본법 23조에 근거해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당시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대 시위를 벌이자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 "시진핑, 실용적…당분간 양안 간 전쟁 없을 것"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시 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면서 "대만의 평화 통일"과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대만 중정대학 린잉위(林英宇) 교수는 "시 주석이 평화 통일과 92공식을 언급한 것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서 개선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며 "지난해 중국 본토 대만 전문가들이 무력 통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를 한 것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조리 라우 평론가는 "시 주석이 대만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언급했지만 당분간 양측 간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국지적 충돌이나 갈등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전쟁이나 대규모 무력 충돌은 많은 계산이 필요하고 맹목적으로 시작할 수 없다. 시 주석은 이지적이고 실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국제적 대응도 고려해야한다. 다른 나라가 참전하지 않더라도 '금융 전쟁'이 벌어지고 중국의 해외 자금이 동결된다면 큰 타격"이라며 "현재의 전략은 정치적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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