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의 화상 정상회담을 통해 데이터 보안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중국과 러시아가 데이터 보안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러시아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중국 주도의 보안 이니셔티브를 지지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 속에 중러가 신생 영역에서 협력하기로 한 최신 신호"라고 평가했다.
날로 격화되는 미국과의 무역·기술전쟁에 따른 '교훈'을 공유하고 공조 대응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아르툠 루킨 교수는 양국의 데이터 보안 협력과 관련해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인터넷과 데이터 거버넌스 분야에서 중국과 긴밀히 조정해왔지만, 이번 성명은 지지가 새로운 단계에 이르렀음을 뜻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리판 상하이사회과학원 교수는 "양국이 미국과의 격한 기술경쟁 속에 교훈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양국은 디지털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달 28일 화상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국제 정보보안 분야에서의 양자·다자 협력을 공고히 할 것을 재천명한다"면서 "러시아는 중국이 제안한 '전 세계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 등의 5세대(5G) 네트워크에 중국 기술기업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지난해 9월 '전 세계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를 내세우고 각국에 동참을 요청했으며, 지난 3월 아랍국가연맹(LAS)과 협력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 러시아의 지지를 끌어냈다.
루킨 교수는 이와 관련해 "북극해의 주요 연안 국가로서 러시아의 특별한 권리를 중국이 인정하는 대신, 러시아가 중국의 '데이터 보안 이니셔티브'를 지지하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러 공동성명에는 "연해 국가의 이익을 존중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기초 위에 북방 항로 이용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북극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기업들이 북극항로 관련 화물운송과 인프라 시설 투자를 늘려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 항로에서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한 것은 드문 경우라고 SCMP는 전했다.
양국은 무역투자·에너지·군사·항공우주 등 전통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는 한편, 5G·빅데이터·인터넷·기후변화·보건 등에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신생 분야 협력을 선호하는 반면, 러시아는 전통적인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문제를 여전히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SCMP는 전했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러시아의) '대유라시아 파트너십' 공통인식을 조정·발전시키고 충돌없이 병행해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루킨 교수는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적 우위가 커지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유라시아 통합이 지나치게 중국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을 원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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