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면책 없다면 코인거래소 추가 심사·제휴 불가"

입력 2021-07-0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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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면책 없다면 코인거래소 추가 심사·제휴 불가"
은성수 "면책 생각도 말라"에 "결국 은행에 모든 책임 떠넘기는 것"
실명계좌 발급 많아야 4개 그칠 듯…국회서도 "투자자들에 경고 필요"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가상화폐 거래소 검증에 대한 은행권의 '면책' 요구를 당국이 거부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신규 거래소 검증 작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실명계좌 제휴 거래소 4곳을 뺀 나머지 수십 개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 9월 24일까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를 마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은행권과 '무더기 폐업'을 눈앞에 둔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결국 당국은 빠지고 모든 거래소 검증 책임을 은행권에 떠넘기려는 것", "애초부터 민간 기업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을 특금법 신고 조건에 넣은 게 문제", "원칙 없는 거래소 구조조정의 피해는 결국 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책임 떠넘기며 당당…애초 당국 검증-실명계좌 발급 순서가 바뀌었다"
지난 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권의 면책 요구에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앞서 일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은 금융위와 유관기관들이 꾸린 가상화폐 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 관련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면서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후 은행의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면책기준'의 필요성을 당국에 전달했다.
현재 은행권은 공통으로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터줬다가 향후 금융 사고가 터질 경우, '투자자들이 은행의 검증과 은행과의 거래를 믿고 투자했으니 은행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은행의 실사, 검증 과정에서 은행의 과실이나 책임 사유가 없다면 향후 거래소 사고와 관련해 은행의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당국에 요청한 것이다.
당국의 거부에 4일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결국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금융사고 책임을 실명계좌를 내준 은행에 떠넘기겠다는 말을 다시 당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당국이 면책한다고 해도 미국 금융당국이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 괜찮겠느냐. 글로벌한 생각이 없고, 자금세탁에 무지한 것"이라는 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동문서답'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세탁에 연루되면 해외 지점이 셧다운(영업정지)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은행들이고, 그래서 더욱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기피하는 것"이라며 "다만 은행의 직접적 과실이 없다면 사모펀드 사태처럼 은행에 포괄적 책임 등까지 묻지는 말아 달라고 국내 금융당국에 부탁하는 것인데, 무슨 엉뚱한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금법 신고 방법,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가 신고 수리제가 아니라 싱가포르 등 사례처럼 허가제를 택하고 당국 검증과 실명계좌 발급 순서를 바꿨어야 한다"며 "정부가 가상자산 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의 특금법상 확인 사항을 먼저 점검해주고, 이렇게 허가받은 경우에 한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서비스를 받고 은행은 이후 계좌 관련 상황을 당국에 보고하는 프로세스가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거래소 업계도 계속 제기하는 문제다. 가상화폐의 주무 부처로서 금융당국이 직접 기준을 정하고 거래소를 걸러내야 하는데, 민간기업 은행이 발급하는 실명계좌를 가장 중요한 특금법 신고 전제 조건으로 끼워 넣으면서 기형적 검증 구조를 만들고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 결과 실제로 민간기업으로서 검증 작업에 의무가 없는 은행은 별다른 이유 없이 아예 검증 자체를 기피하고, 결국 대다수의 거래소가 검증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은행권 "많아야 거래소 4곳 생존 가능성"…거래소 "불공정한 구조조정"
당국의 은행 면책기준 요구 거부는 사실 은행보다는 특금법 신고를 앞둔 가상화폐 거래소들에 더 나쁜 소식이다.
가뜩이나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신규 실명계좌 제휴와 관련 검증에 소극적인 은행들이 더 몸을 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은행 면책 의향이 전혀 없다면 은행으로서는 가상자산 사업자와의 거래 리스크(위험)가 더욱 커진 것이니, 신규 거래를 극도로 꺼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기존 실명계좌 제휴 거래소를 실사하고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검증 속도나 당국 입장 등으로 미뤄 다른 새 거래소와의 제휴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결국 9월 24일 특금법 신고를 마칠 수 있는 거래소는 현실적으로 많아야 4곳(기존 실명계좌 제휴 거래소)뿐일 것이라는 관측이 은행권에서 더 굳어졌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갖춘 20개 거래소 중 한 곳의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아무리 시간과 돈, 노력을 들여서 요건을 갖춰도 은행이 검증조차 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라며 "이 정권이 아무리 가상화폐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법적으로 금지가 안 된 것이면 합법적이라는 얘기인데, 마치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시장의 구조조정은 불공정해도 상관이 없다는 식"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거래소들은 은행을 앞세운 무리한 가상화폐 거래소 구조조정으로 다수의 거래소뿐 아니라 투자자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 힘)도 최근 금융위에 "9월 24일까지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계정을 취득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거래소에 대해 금융위가 직접 나서 해당 거래소 이용자들에게 워닝 시그널(경고 신호)을 줄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미신고 예상 가상자산 거래업자를 이용 중인 거래 참여자가 9월 24일 이전에 인출, 신고 사업자로의 가상자산 이전 등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정보제공 일정·범위 등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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