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덕에 OK" vs "변이 탓에 NO"…각국 마스크 지침 오락가락

입력 2021-07-05 11:33  

"백신 덕에 OK" vs "변이 탓에 NO"…각국 마스크 지침 오락가락
영국, 19일부터 마스크 의무화 폐지 예정…전문가들은 "계속 써야"
미국, LA 등 일부 지역선 계속 권고…파우치 "접종률 낮은 지역선 써야"
이스라엘, 마스크 벗었다 감염 확산에 열흘 만에 복원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국가에서는 이제 마스크 착용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쪽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만큼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어 던지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델타 변이 확산 등을 이유로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 영국, 19일부터 마스크 의무화 해제…전문가 "계속 써야"
4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5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마지막 남은 코로나19 봉쇄조치 해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구체적으로 오는 19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 1m 이상 거리두기, 6인 이상 실내 및 30인 이상 야외 모임 금지 등의 규정을 폐지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사전 배포한 자료에서 "우리의 성공적 백신접종 프로그램 덕분에 로드맵을 따라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19의 리스크를 세심히 관리하는 한편, 삶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젠릭 주택부 장관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면서도 "국가가 어떻게 하라고 하기보다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마스크를 벗을 것인지를 묻자 "그럴 것이다. 특별히 마스크를 쓰고 싶지 않으며,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The Joint Committee on Vaccination and Immunisation·JCVI)의 애덤 핀 교수는 특정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매우 중요하며, 자신은 무기한으로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어떤 증상이 있거나 많은 사람과 밀폐된 공간에 있다면 계속해서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보건서비스(NHS) 잉글랜드 의료 책임자인 스티븐 포이스 교수는 "어떤 이들은 복잡한 환경 등 특정 상황에서 마스크를 쓸 것이며,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라면서 "감염을 줄이기 위한 습관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한 취재원은 영국 정부가 복잡하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상식'에 맡길 것이라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손씻기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많은 실내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마도 분별 있는 점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교통공사(TfL)는 고객이 다시 지하철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앤디 비포드 TfL 사장은 "정부가 마스크를 벗으라는 지침을 내리더라도 우리는 고객이 말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며 "우리 고객들은 깨끗하고 안전하고 질서 있는 환경을 원한다"고 말했다.


◇ 미국·이스라엘도 마스크 벗었다 변이 확산에 '화들짝'
마스크를 둘러싼 혼란은 영국뿐만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 변이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점을 들어 특히 실내에서는 백신 접종자라도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반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5월 백신을 다 접종한 사람은 대중교통·병원·학교 등의 실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지침을 내놨다.
다만 최근 들어 미국에서도 상황이 변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4일 NBC 방송에 출연, 백신 접종자라 하더라도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 있는 미국인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감염 수준이 높거나 접종률이 낮은 환경에 있다면 추가 조처를 해야 한다. 백신이 매우 효과적이라 해도 추가적인 보호를 확보하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특히 백신의 효능이 뛰어나더라도 코로나19 감염을 100% 막을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나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같은 지역은 델타 변이가 확산하자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를 부활한 상태다.

전 세계 100개국 가까이서 델타 변이 감염이 확인됐고, 미국도 최근 들어 신규 확진자의 25%가 델타 변이 감염으로 밝혀졌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도 이날 CNN에 출연해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의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것을 연방 정부가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선호하는 것은 접종을 통한 보호"라면서도 "만약 접종하지 않았다면 본인과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마스크 착용 의무 같은 규정은 해당 지방정부 소관이라고 전제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이스라엘 역시 지난달 15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가 이후 감염 확산세가 나타나자 열흘 만에 다시 이를 복원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대부분의 나라가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영국과 미국, 이스라엘은 지난해 말 이후 재빠르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인 국가들이다.
영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63%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한 차례라도 접종한 이는 86%에 달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18세 이상 미국 성인 58%가 백신을 완전히 맞았고, 67%는 최소 한 차례 접종을 마쳤다.
백신 접종 연령을 12세 이상으로 확대한 이스라엘은 현재 국민의 약 62%가 최소 1회 백신 접종을 했고, 59%는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 2회 접종을 모두 완료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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