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방해 무릅쓰고 일본에 다시 전시됐다

입력 2021-07-06 10:30   수정 2021-07-06 17:52

평화의 소녀상, 방해 무릅쓰고 일본에 다시 전시됐다
2019년 전시중단 사태 겪기도…우익 세력 반발에 전시장 확보 난항
안세홍 위안부 사진·'불타는 히로히토' 영상물도 선보여



(나고야=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거의 2년 만에 일본 공공시설에 다시 전시됐다.
6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개막한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김서경·김운성 부부 작가의 조각물인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에 김 작가 부부의 소녀상이 전시된 것은 2019년 8∼10월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소녀상은 옅은 베이지색 저고리에 검정 치마 차림으로 맨발로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소녀의 오른쪽에 빈 의자가 하나 놓여 있고 왼쪽 어깨에 새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색깔의 차이를 제외하면 옛 한국 주재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것과 전체적으로 비슷한 모양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선 관람객들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소녀상을 관람했다.
소녀상 옆의 빈자리에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안세홍 작가가 촬영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사진도 전시됐다.
안 작가는 중국으로 동원됐다가 전쟁이 끝난 후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 피해자와 아시아 각국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제국주의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과 일왕을 모티브로 삼았다가 우익 세력의 거센 반발을 산 오우라 노부유키(大浦信行) 감독의 영상물 '원근(遠近)을 껴안고 파트(part) 2'도 전시장에서 관람객과 만났다.
이 작품은 히로히토(裕仁·1901∼1989)의 모습이 담긴 콜라주 작품을 불태우는 장면을 촬영해 아리랑을 배경음으로 보여준다. 히로히토는 1926∼1989년 일왕으로 재위한 인물이다.



일본인이 불편해하는 역사를 직시하도록 촉구하는 소녀상을 비롯한 일련의 작품은 전시 때마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19년 8∼10월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에 선보였을 때는 우익 세력이 전시에 반발하는 가운데 협박과 항의가 이어졌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는 시작한 지 사흘 만에 중단됐다. 시민단체와 예술가 등이 전시 중단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후 2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약 2개월 반 동안 이어졌으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가 열린 것은 전시 중단 전후를 통산해 열흘에 불과했다.



이번 전시회 준비도 쉽지 않았다.
시민갤러리 사카에의 관리자인 나고야시 문화진흥사업단은 많은 관람객이 몰려 경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여러 조건을 내걸었고 행사를 추진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잇는 아이치 모임'이 시설 사용을 허가받는 데는 3개월이 넘게 걸렸다.
소녀상 등을 선보이는 비슷한 행사는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에서도 추진됐으나 우익 세력의 방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시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쿄의 경우 전시장 사용이 취소되면서 결국 행사가 연기됐다.
오사카 전시회를 준비한 시민단체는 전시장 사용 승인 취소에 맞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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