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 종목 중 상승률 1위…코로나 치료제로 주목
"바이오주는 고위험·고수익…ETF 등 통한 포트폴리오 투자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테마주로 최대의 관심을 받은 신풍제약[019170]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6일 주가가 하한가로 급락했다.
◇ '2020 올해의 주식' 신풍제약…코로나 치료제 바람 타고 작년 1천613%↑
코로나19 확산으로 관련 테마주가 휩쓸던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신풍제약은 그중 단연코 가장 눈에 띄는 주식이었다.
2019년 말 7천240원이던 주가는 작년 말 12만4천원까지 올라 1년간 무려 1천612.7% 뛰어올랐다. 신풍제약 우선주는 1천955.4% 폭등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통틀어 나란히 작년 연간 주가 상승률 1·2위를 차지했다.
그 배경은 신풍제약이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관심을 받은 것이었다.
피라맥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은 신풍제약에 주목했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치료범위를 코로나19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았다.
이에 대한 기대감에 작년 초 주당 7천원에서 거래되던 주식은 3월 말에 1만원을 돌파, 9월 18일에는 종가 기준 최고점인 19만8천원에 마감했다.
작년 초 3천800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은 9개월 만에 10조원으로 불어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순위는 296위(우선주 포함)에서 31위로 수직 상승했다.
이에 코스피200,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등에 편입되기도 했다.
◇ 주가 고평가·변동성 논란…블록딜로 주가 '출렁'
그러나 주가가 급등하면서 고평가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종가 기준 최고점 당시 주가수익비율(PER)은 5천대 1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결기준 신풍제약의 영업이익은 79억원, 당기순이익은 58억원 수준이다.
극심한 변동성도 논란이 됐다. 작년 7월 24일에는 장 막판 20여 분 동안 34% 폭락하며 시총이 3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신풍제약 자사주 및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소식은 주가의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9월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 개발 과제를 위한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128만9천550주 2천153억원어치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최대주주 송암사가 20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1천680억원어치에 팔았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는 각각 14% 급락했다.
◇ 신풍제약 "코로나19 임상 2상 유의성 확보 실패"…주가는 급락
신풍제약은 전날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임상 시험 결과 주평가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피라맥스의 유효성을 평가하고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의 비율'(음전율)을 일차평가변수로 설정해 평가한 결과 피라맥스 투여군(52명)과 대조군(58명)에서 음전율에 차이가 없어 일차평가변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 같은 소식에 신풍제약 보통주는 이날 가격제한폭(-29.92%)까지 떨어진 6만7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선주인 신풍제약우[019175]도 하한가(-29.74%)로 마감했다.
신풍제약 주주 게시판에는 '세게 물린 것 같은데 어떻게 하냐', '회사 다니면서 모은 재산 절반을 넣었는데 살려달라' 등 걱정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임상 3상을 지켜보자', '약 효과는 틀림없다'며 끝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풍제약 측은 일부 지표에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중증으로 악화하는 비율을 낮출 가능성을 보였다고 판단해 후속 임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신풍제약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개인 투자자는 신풍제약 주식을 3천1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평균 순매수 단가(순매수 거래금액을 순매수 거래량으로 나눈 값)는 약 7만8천300원으로 현재 주가를 웃돌고 있다.
◇ "바이오주 투자, 고위험·고수익"…"ETF 등 통해 바이오산업 투자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바이오 종목 투자는 근본적으로 고위험·고수익 투자라며 개발하고 있는 약이 무엇인지보다 그 약을 실제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오주 자체가 굉장히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라며 "신약 내지는 새로운 특허가 개발될 때 성공적으로 제품 생산으로 연결되면 굉장히 큰 수익이 날 수 있지만 몇 번에 걸친 임상 과정에서 실패할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이런 위험성을 충분히 감안하고 이런 임상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부분을 어느 정도 가격 평가에 반영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이 조금 더 냉정한 관점에서 현재 주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제약사 연구원 출신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이 중요한 게 아니고 실제로 이 기업이 그 파이프라인 임상에 성공할 역량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실제로 개발할 수 있는 연구 역량을 이제껏 입증하지 못했던 기업이 파이프라인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이슈는 되겠으나 문제가 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바이오 기업의 임상 역량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바이오산업 자체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예를 들어 여행주의 경우 개인이 기업 실적·주변 사람 등을 통해 주가 향방 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신약 임상 과정은 개인이 들여다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여러 신약을 한꺼번에 개발해 리스크를 회사가 상당 부분 통제하지만, 한두 가지 신약을 개발하는 소형 제약사의 경우 임상이 성공할 때와 안 될 때의 차이가 크고 그 리스크는 투자자가 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하는 방법은 이 산업의 트렌드 관련 펀드나 ETF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극단적인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순간은 없겠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에 투자하는 적절한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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