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시한 임박해 자진 출석…남아공 전직 대통령 중 처음, 아프리카 지도자들에 경종
(요하네스버그·서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이윤영 기자 = 법정 모독 혐의로 15개월 형을 선고받은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감옥에서 첫 아침을 맞았다.
주마 전 대통령은 전날 경찰에 자진 출석, 구금돼 교정시설에서 첫 밤을 보냈다고 데일리매버릭 등 현지 매체와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경찰에게 주마 전 대통령 체포를 명령한 시한인 전날 자정을 40분 앞두고 그는 콰줄루나탈주(州) 은칸들라에 있는 사저를 긴급히 떠나 호송차를 타고 경찰에 출석했다.
주마 재단(Zuma Foundation)은 자정 수 분 전 트위터에 "주마 전 대통령이 감금 명령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그는 콰줄루나탈주에 있는 교정시설에 구금되기 위해 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남아공 경찰 대변인도 그로부터 15분 후에 주마 전 대통령이 구금 상태에 있다고 트위터로 확인했다.
교정당국도 주마 전 대통령이 출신 지역인 콰줄루나탈주의 작은 광산도시 에스트코트에 새로 단장한 교정센터에 수감됐다고 밝혔다.
주마 전 대통령이 구금된 것은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가 법정 모독 혐의로 그에게 15개월 형을 선고한 지 일주일여만이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2009∼2018년) 벌어진 광범위한 부패 의혹에 연루돼 '반부패 조사위원회'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서 출석을 거부해왔다.
이에 헌법재판소가 그에게 15개월 형을 선고하면서 이달 4일까지 경찰에 출석하라고 했으나 그는 이 역시 거부하고 법원에 체포 중지 긴급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헌재는 주마 전 대통령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사흘 이내에 경찰이 그를 체포하도록 명령하고 그 시한을 7일 자정으로 정했다. 경찰도 주마 전 대통령을 체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해왔다.
남아공에서 전직 대통령이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장한 채 체포 결사 저지를 다짐하던 지지자들은 그의 수감에 한탄했지만 많은 남아공인은 법치 실현을 위한 분수령으로 환영했다.
이는 또한 부패 혐의 조사를 거부하는 전직 국가수반은 실형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경종을 울렸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과거 소수 백인 정권의 흑인차별정책에 맞서 싸운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수감됐던 로벤 아일랜드에서 자신도 10년 옥살이를 할 정도로 자유투사였으나 집권 당시 광범위한 부패혐의를 받고 수감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그는 그동안 갖은 법적 수단과 꼼수로 이리저리 수감을 피해와 '테플론 대통령'이란 별명까지 붙었지만, 헌재 부소장이 이끄는 반부패 조사위원회의 출석 자체를 거부한 것이 헌재에서 법정 모독 혐의로 인정돼 결국 발목을 잡혔다.
인도계 재벌 굽타 가문이 주마 전 대통령과 유착해 국정을 농단하면서 국고에서 빼돌린 금액만 5천억 랜드(약 40조원) 이상이라고 현 정부는 추산한다.
그는 1999년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어 유죄 인정 시 실형이 추가될 수 있다.
yy@yna.co.kr,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