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과 반격…미군-친이란 민병대 '복수의 악순환'

입력 2021-07-09 22:53  

공습과 반격…미군-친이란 민병대 '복수의 악순환'
"미국 공습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영향력 억제 의도"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라크와 시리아에 기반을 둔 친이란 민병대와 미군 간 충돌이,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군 약 2천500명은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연합군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주둔 중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들은 미군 철수를 압박해 왔다.
이라크 정규군과 맞먹는 전력을 가진 친이란 민병대는 국방·치안 분야는 물론 정파를 형성해 의회에도 영향력을 끼친다.


◇ 친이란 민병대 "미군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싸움 안 끝나"
친이란 민병대의 미국 시설 공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 복원 움직임이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9일(현지시간) AFP 통신 집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라크에서 미군과 미국 관련 시설에 대한 민병대의 공격은 50차례 넘게 이어졌다.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치가 벌어지는 '전장'이다.
최근 첨단 무인기(드론)가 동원되는 등 민병대의 공격이 고도화되자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 위치한 민병대 기지를 폭격했다.
이후 이라크 내 민병대는 공습으로 사망한 4명의 대원을 추모하는 거리 행진을 벌였고 미국에 대한 복수를 천명했다.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 그룹에서도 영향력이 가장 큰 조직 중 하나인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중동 국가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아부알리 알아스카리 사령관은 9일 트위터에 "살인 범죄자는 점령군(미군)이지, 주권과 피를 수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면서 "모든 방식의 저항은 이라크인들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썼다.
친이란 민병대 중 하나인 카타이브 사이드 알슈하다(KSS)의 아부 알라 알왈레 사령관은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순교자들을 위해 복수할 것이며 늦더라도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라크군 관계자는 AFP 통신에 "시아파 민병대가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미국 "민병대, 치명적 무기 사용…심각한 위협"
미국 국방부는 지난 8일 이라크와 시리아 내 미국 시설에 대한 공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전날까지 미국 시설에 대한 로켓과 무인기 공격이 이어졌다면서 이날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는 로켓 14발이 떨어져 병사 2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존 커비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게 "그들은(민병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심각한 위협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군과 민병대 양측 모두가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근 충돌 양상이 서로에 대한 앙갚음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라크 전문가 마신 알샤마리는 미국의 공습에 대해 "민병대의 이라크 내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라크 내 공격 행위에 대해 법적인 해결이 어려운 만큼 보복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공격은 이라크 내 좁아진 친이란 민병대의 입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AFP 통신은 지난해 1월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공습에 폭사한 뒤 이라크 내 민병대의 영향력이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이후 이어진 반정부 시위 등을 통해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반감은 표면화돼 왔다.
워싱턴연구소의 이라크 담당 연구원 함디 말리크는 "민병대가 공습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면 그들의 근거지에서 신뢰와 정통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병대는) 시리아·레바논·예멘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무장세력으로부터 '저항의 축'으로 불리면서 받았던 존경심을 잃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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