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도달로 하락 위험", "유동성 뒷받침…조정폭 제한"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세와 주요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2분기 이후 둔화할 것이라는 '피크 아웃'(정점에 도달) 전망이 제기되면서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피크 아웃'이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반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제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85곳(삼성전자·LG전자·포스코는 잠정실적 반영)의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85.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126.3%)보다는 낮아진 것으로 3분기(42.3%), 4분기(63.1%)에도 둔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아 생긴 '기저효과'가 점점 옅어지는 데 따른 결과다.
한국의 6월 수출은 월별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548억 달러로 집계된 가운데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증가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치는 빠른 속도로 상향 조정 중이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1분기가 이익 증감률의 고점이라는 점"이라며 "더 이상 상승하기 어렵다는 기대감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미국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6, 비제조업(서비스업) PMI는 60.1로 각각 전월의 61.2, 64.0보다 낮아졌다.
중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차이신(財新)이 발표한 6월 중국의 제조업 PMI는 51.3으로 3개월 만에 하락했다.
지난 3월 1.7%를 넘어섰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1.3% 수준까지 내려온 데에는 채권 수급 영향에 더해 이러한 경기 회복 속도의 둔화 우려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6월 중순 이후 또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기 모멘텀(동력)이 2분기를 정점으로 해서 이제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금과 미국 국채, 달러화, 엔화 가격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 코스피, '피크 아웃'에 발목 잡힐까…"하락 위험 커", "유동성 풍부"
일각에서는 실적 개선·경기 회복 속도의 '피크 아웃'이 증시 상승 추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코스피가 실적 개선세와 경기 모멘텀을 바탕으로 8개월 연속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정점 도달에 대한 인식이 미칠 영향도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실적·경기·정책 등에서의 정점 우려가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서는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정점 리스크에 대한 반영이 거의 나타나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피는) 작년 3월 폭락 이후 15개월 중 10월 한 달을 제외하고 14개월이 상승했는데 이는 15개월 월간 기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상승한 폭이 큰 만큼 정점 리스크로 인한 증시 하락 위험은 반대로 더욱 클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반면 실적 개선세 및 경기 회복 속도의 둔화가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증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 속도가 정점을 이루고 점차 그 속도가 둔화할 경우 금융시장에서 그동안의 강세를 뒤로 하고 매물 소화 과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고려해야 할 점은 경기 회복 속도의 둔화이지 경기 침체는 아니라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세계 경제 성장률은 재정 정책을 비롯한 유동성 효과로 견고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조정 폭은 제한된다"고 부연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여전히 유동성은 풍부하고 금융시장은 완화적인 상황"이라며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요소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피크 아웃'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유동성 이슈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경기는 2분기가 명확하게 정점이었다"며 "문제는 이런 상황(경기 둔화 시작)에서 유동성 긴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이 조합(경기둔화+긴축)은 증시에 부정적이었다"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결정을 할지가 증시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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