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 계약 9월로 연장하고 '시간 벌기'

입력 2021-07-11 06:05  

은행,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 계약 9월로 연장하고 '시간 벌기'
6∼7월 말 만료 계약 9월 24일까지 임시 연장
금융당국 "면책 더 말하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국내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 4곳과 실명확인 계좌 발급을 맺은 은행들이 일단 계약 연장 여부의 결정을 오는 9월 24일인 거래소의 신고 시한까지 미루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검증과 사고 책임을 덜어주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분명히 하면서 부담이 더욱 커진 은행들은 추가 계약은커녕 거래소와 기존 계약 연장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 4대 거래소와 계약한 은행 "9월 24일까지 일단 계약 연장"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업비트, 빗썸·코인원, 코빗과 실명확인 계좌 발급계약 연장 결정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상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고 시한인 9월 24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업비트 평가는 진행 중이다"며 "일단 9월 24일까지 서비스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빗썸, 코인원과 이전에 계약한 기준대로 예비평가를 한 뒤 8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유효한 단기 재계약을 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빗썸과 코인원에 7월 말 전까지는 예비평가 결과를 통보하고자 추진 중이며, 특금법 이후 적용되는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는 늦어도 8월 안까지 위험평가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코빗과 계약이 이달 말 만료되지만, 9월 24일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비트 계약은 지난달 말, 빗썸·코인원·코빗 계약은 이달 말 각각 끝날 예정이었지만, 은행들은 거래소 신고 시한이 연장된 9월 24일까지 일단 결정을 미뤘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9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계좌 등 전제 조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를 마치지 않으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FIU가 신고를 심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8월 안에는 은행들이 본 평가를 진행하고 실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분기 수수료 얼마 안 되는데…위험 감수해야 하나'
하지만 이미 은행 실명확인 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조차 재계약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4곳 가운데 거래금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업비트를 제외하고는 시중은행이 이들과 계약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자금세탁방지(AML) 기준 위반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데 드는 위험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이 작년 한 해 빗썸에서 얻은 수수료는 18억3천400만원, 올해 1분기 수수료는 13억원이다.
코인원에서는 작년 한 해 4억3천만원, 올해 1분기 3억3천300만원을 받았다.
신한은행이 올해 1분기 코빗에서 받은 수수료는 1억4천500만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 농협은행 순이익이 4천97억원, 신한은행 순이익이 6천564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은행 수익에서 거래소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가 케이뱅크에 1분기에 지불한 수수료는 50억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세탁 관련 부서에서는 거래소 계약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은행 수익이 미미한 것을 생각하면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투자자 반발도 있을 수 있기에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빗썸은 실소유주 이모씨가 지난 6일 검찰에 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평가에 더욱 악영향을 받게 됐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8일 공개한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에는 은행이 거래소 평가를 할 때 '대표자 및 임직원의 횡령·사기 연루 이력'을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주주의 범죄경력 보유는 가상거래 사업자와의 계약에서 거래 거절요건이 될 수 없다"면서도 "감점 요인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은성수 "은행 면책 요구, 더는 그런 말 안 했으면 좋겠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검증 책임을 은행에 거의 전적으로 맡긴 상황에서 은행들은 기존 계약을 이어가는 것이 좋을지 판단을 미루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4대 거래소 외 거래소는 은행의 검증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ISMS 인증과 AML 시스템 구축 노력을 충분히 기울인 다른 거래소에도 검증의 기회를 주려면 금융당국이 계약 후 사고가 나더라도 은행에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재차 완강하게 선을 그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더는 그런 말(면책 요구) 안 했으면 좋겠다"며 "은행 스스로 판단해서 준비되면 신청하면 되고, FIU는 그 기준에 따라 등록을 받아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 검증 책임을) 은행에 다 떠넘긴다고 하지 말고, 그게 은행이 할 일"이라며 "은행은 (거래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y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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