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심사 의무화해 사실상 허가제로…'미국행 자제' 메시지
디디추싱 사태 후폭풍 계속돼…'중국 회귀' 더 강해질 듯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회원 100만명 이상의 자국 인터넷 기업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면 반드시 국가안보 위해 요인이 없는지 사전 심사를 받게 하기로 했다.
기준을 '회원 100만명 이상'으로 정한 거의 모든 인터넷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사실상 자국 기업에 미국 상장을 자제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10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안보심사방법(규정) 개정안을 공개하고 이달 25일까지 공개 의견 수렴을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회원 100만명 이상인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해외에 상장할 때 반드시 당국으로부터 사이버 안보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해 안보 심사가 의무화했다.
인구가 14억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회원 100만명 이상의 기준은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거의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이로써 중국 기술기업의 해외 상장은 사실상 허가제로 바뀌게 됐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기 전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간 해외에 상장한 중국 기업 절대다수가 미국 증시를 선택해 이번 조처는 다분히 다분히 미국 증시 상장 억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의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중앙정부인 국무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공동으로 '증권 위법 활동을 엄격히 타격하는 데 관한 의견(지침)'을 발표해 향후 국무원이 자국 주식회사가 외국에서 주식을 발행해 상장하는 것에 관한 특별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이 자국 기업의 미국 상장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최근 당국과의 불협화음 속에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들어 차이신(財新) 등 중국권 매체들은 당국의 '자제' 요구에도 디디추싱이 미국 상장을 밀어붙이면서 사달이 났다는 취지의 보도를 잇따라 내놓았다.
디디추싱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7월 1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당국은 이로부터 불과 사흘 만에 디디추싱을 대상으로 한 국가 안보 조사에 돌입했고 이후 조사는 최근 잇따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만방(滿幇)그룹, BOSS즈핀(直聘)으로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미중 신냉전 와중에 중국이 디디추싱 등 자국 기술 기업이 가진 민감한 지리 정보나 고객 정보가 대량으로 미국 측에 흘러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의 규제 강화를 계기로 중국 기업들의 '중국 회귀'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사업체 플레넘의 파트너인 펑추청은 블룸버그 통신에 "회원 100만명이라는 기준은 너무 낮아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모든 인터넷 기업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런 규정 탓에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앞으로 안보 심사를 피해 해외 대신 홍콩으로 상장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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