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연주로 살아남은 아우슈비츠 생존자 96세로 별세

입력 2021-07-10 23:26   수정 2021-07-11 08:59

아코디언 연주로 살아남은 아우슈비츠 생존자 96세로 별세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현장인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아코디언 연주 덕에 극적으로 살아남은 에스터 베자라노가 10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9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헬가 오벤스 아우슈비츠위원회 이사는 이날 DPA통신에 "새벽에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면서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924년 독일 자루이스에서 유대인 성가대 지휘자 겸 교사인 아버지 아래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베자라노는 1941년 부모가 나치에 리투아니아에서 살해당한 뒤 수용소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1943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베자라노는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소녀 오케스트라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해야 한다는 이유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소녀 오케스트라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유대인들을 실은 기차가 도착할 때 연주해야 했다.
전후 이스라엘로 이주했던 베자라노는 1960년 독일 함부르크로 돌아와 극우주의와 외국인 적대에 항거하는 활동에 앞장섰다. 각급학교를 방문해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알리는 데 주력했고, 나치 범죄자에 대한 공판에 참석했다.
쾰른 힙합밴드 마이크로폰 마피아와 함께 독일 전국을 돌며 파시즘에 반대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의 싸움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내온 베자라노는 생명력과 놀라운 이야기로 확신을 심어줬다"면서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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