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곤충학회, '인종차별적' 주장 수용해 새 이름 찾기로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소수 유랑 민족인 집시라는 명칭이 붙었던 나방과 개미가 새 이름을 얻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미국 곤충학회가 최근 집시나방과 집시개미의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결정은 해충에 '집시'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인종차별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학명이 리만트리아 디스파(Lymantria dispar)인 이 나방은 한국에서는 매미나방으로 불리지만, 영어권에선 집시나방으로 통한다.
집시나방의 애벌레는 다양한 나뭇잎을 대량으로 먹어 치우기 때문에 산림 생태계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준다.
온몸에 털이 난 애벌레의 외양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는 상황에서 '집시'라는 특정 집단의 명칭을 붙인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집시나방이라는 명칭 사용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은 지난해 미국 곤충학회에 접수됐다.
곤충학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집시 혈통인 에델 브룩스 럿거스대 교수 등 미국의 학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브룩스 교수는 "산림을 폐허로 만드는 나방 애벌레에 집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사람들이 집시를 사회를 파괴하는 집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곤충학회는 명칭 변경을 결정했고, 새로운 이름을 찾기로 했다.
미셸 스미스 곤충학회장은 "만약 어떤 단어 때문에 특정 집단이 배제되거나 따돌림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런 단어를 쓰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모든 곤충학자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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