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 올림픽' 내걸었지만…코로나 확산에 '만신창이' 전락

입력 2021-07-11 11:36  

'부흥 올림픽' 내걸었지만…코로나 확산에 '만신창이' 전락
무관중 경기로 수입 대폭 감소…후쿠시마조차 관람객 '거부'
자원봉사자 '코로나 확산 원흉' 낙인찍힐까 전전긍긍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자민당 정권이 일본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며 기대해 온 도쿄올림픽이 애물로 전락하고 있다.
1년 연기와 무관중 개최로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쪼그라들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피 대상이 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 아베·스가 "부흥 올림픽" 강조했지만
"'부흥 올림픽'이라고 말해야 할 올해 올림픽·패럴림픽 등의 기회를 통해 부흥하고 있는 재해 피해 지역의 모습을 세계의 많은 분이 실감하면 좋겠다."
작년 3월 11일 열린 동일본대지진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는 도쿄올림픽이 2011년 발생한 대지진과 원전 사고의 피해를 극복하는 상징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이렇게 표명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8년 전부터 이런 구상을 반복해 표명했다.
2013년 9월 올림픽 유치 직후 아베는 "동일본대지진을 딛고 부흥을 이뤄낸 일본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면서 "모두 이제부터 '성장을 이뤄나가자'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분명히 성장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림픽이 연기되고 대회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했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까지도 이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지난달 17일 긴급사태 해제를 결정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 부흥을 이룬 모습을 세계에 발신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감동을 전하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 코로나 확산에 '만신창이' 대회…후쿠시마도 관중 포기
현실은 일본 정부의 기대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까지 계획을 보면 가까스로 대회 취소를 피하기는 했으나 만신창이에 가까운 상태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애초에 선수 외에 18만 명이 대회를 위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 확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자 여러 차례 입국자 규모를 축소했고 지난달에는 5만3천 명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민간연구소인 노무라소켄(野村總硏)은 7월 12일부터 6주 동안 발효되는 긴급사태와 무관중 경기로 인해 입장권 판매 및 이와 연동된 소비(교통·숙박 등) 지출이 1천309억엔(약 1조3천666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올림픽 종료 후 예상보다 늘어난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를 두고 일본 정부와 도쿄도(東京都)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코로나19 확산에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조직위는 대지진 피해 지역만큼은 경기장에 관람객을 입장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이마저 차질이 생겼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인해 후쿠시마에 관람객을 수용하는 의미가 퇴색했다고 판단한 우치보리 마사오(內堀雅雄) 후쿠시마현 지사가 유관중 경기를 고사한 것이다.



결국 조직위는 후쿠시마에서 예정됐던 소프트볼과 야구 전체 경기를 무관중으로 실시하겠다고 10일 발표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이틀 앞둔 21일 오전 9시 후쿠시마현 아즈마 구장에서 도쿄올림픽 첫 게임인 여자 소프트볼 경기를 배치해 이른바 '부흥 올림픽'의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했으나 후쿠시마현이 손사래를 치며 관람객을 거절한 셈이다.

◇ 자원봉사자도 기피…유니폼 입고 경기장 가기 꺼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은 어떤 의미에서는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대회가 코로나19를 확산의 원흉이 될 우려가 고조하면서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이들이 대거 중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원봉사자는 대회 연기 전에는 8만 명 정도였으나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대회를 강행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과 조직위 회장이던 모리 요시로(森喜朗) 씨의 여성 멸시 발언 등이 일으킨 논란이 맞물리면서 약 1만 명이 포기 의사를 밝혔다.
성화 봉송 주자로 이름을 올린 연예인이 사퇴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조직위가 활용 가능한 탈의실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경기장 등에 올 때 집에서 유니폼을 입고 오라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안내한 것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도쿄신문의 보도를 보면 조직위는 대회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거리를 오가면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 외 공간에서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한 50대 여성은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주변에 퍼뜨릴 가능성도 있다. 눈에 띄는 유니폼을 입고 열차에 타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 돌을 맞는 게 아닐까"라고 반응했다.



개막식을 열흘 남짓 남긴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현지 공영방송 NHK의 집계를 보면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일 2천458명을 기록했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579명(30.8%) 많은 수준이며 지난달 5일 2천651명을 기록한 후 35일 만에 최다기록이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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