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진지한 시선, 선수들에게 자극과 버팀목이 될 것"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개·폐회식과 도쿄올림픽의 거의 전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리게 된 상황에서 일본 우익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이 11일 빈 경기장을 그대로 두지 말고 지역 중고생들을 들이자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해 지난 8일 도쿄도(都)와 지바·가나가와·사이마타현(縣) 등 수도권 1도·3현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의 무관중을 결정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해 이달 12일을 기해 도쿄도에 6주간의 긴급사태가 다시 선포되고, 지바현 등 수도권 3개 광역지역에선 긴급사태에 준하는 만연방지 등 중점초지가 연장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경기가 예정된 홋카이도, 후쿠시마, 미야기, 시즈오카, 이바라키(茨城) 등 5개 광역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나마 관중 입장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와의 후속 협의 과정에서 축구와 야구·소프트볼 경기가 열리는 홋카이도와 후쿠시마현이 다른 지역 사람들의 유입을 초래하는 유관중 개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이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각 지자체장의 판단으로 잇따라 무관중 개최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미야기, 시즈오카, 이바라키 등 3개 현에서 예정된 축구 및 사이클 일부 경기만 유관중으로 열리게 됐다.
세션(관람 시간대) 기준으로 따지면 약 96%가 텅 빈 경기장에서 선수들만 뛰는 올림픽 사상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이바라키현 모델이다.
일부 축구 경기가 예정된 이바라키현은 낮에 열리는 시합에 한해 학교 연계 티켓 소지자의 관람만 허용하기로 했다.
그간 도쿄올림픽 개최 지지 입장을 견지해온 산케이신문은 이날 자 사설에서 이바라키현 모델을 참고해야 할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지역 중고생들이 관람토록 하는 이바라키현 모델이라면 광역지역 간의 사람 이동이 이뤄지지 않고, 인솔 교원에 의한 '직행직귀'(直行直歸)도 철저히 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관람객들에게 집과 경기장만 오가도록 한다는 의미인 직행직귀는 한때 유관중 개최 입장을 고수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억제 방안의 하나로 내세운 슬로건이다.
산케이는 또 일반 관람객이 없는 경기장에선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간격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일본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후가쿠'(富岳)의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거론했다.
후가쿠는 6만8천 명이 정원인 신주쿠(新宿) 국립경기장(올림픽 주경기장)에 1만 명의 관람객이 입장하더라도 마스크 착용 등 감염 예방 대책을 취하면 신규 감염자를 1명 미만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분석해 감염 확산 위험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산케이는 "만원 관중의 환호성과 박수라는 이상적인 (경기) 환경을 세계에서 모이는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이룰 수 없게 됐지만 '소년소녀'(학생들)의 진지한 시선은 분명히 선수들에게 자극이 되어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스가 총리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도쿄올림픽의 의의로 "미래를 사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역사에 남는 대회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렇다면 학교, 학급, 동아리 단위로 관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하고, 적어도 그런 노력과 검토를 아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산케이는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무관중으로 결정된 지자체의 올림픽 경기장에 학교를 초대하는 형식으로 일부 스탠드를 개방하는 등의 유연한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중이 있든 없든 선수들에게 문제가 없다는 말은 선수 마음을 너무나 모르는 "망언"이라고 지적한 산케이는 "수가 적더라도 스탠드에 관람객이 있다는 작은 희망을 끝까지 버리고 싶지 않다"며 중고생 관람 확대를 주장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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