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에 이사…언론 관심 피하려 한 듯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반대 블록이 구성한 연립정부에 밀려 12년 넘는 장기 집권을 마감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가 실권 한 달 만에 총리 관저를 비웠다고 현지 언론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전 총리 일가는 이날 새벽 1시께 예루살렘 발포 거리에 있는 총리 관저를 비우고 카이사레아로 이주했다.
지난달 13일 크네세트(의회)가 신임투표를 통해 '반네타냐후 블록' 연립정부 구성을 승인해 정권이 바뀐 지 근 한 달 만이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의 첫 총리 임기에 이어 2009년 3월 31일 이후 12년 넘게 집권한 네타냐후는 야당 지도자로 신분이 바뀌었음에도 총리 관저를 비우지 않았다.
총리 교체 이후 관저 사용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늑장 이사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의 퇴진 운동을 주도해온 단체 '크라임 미니스터'(crime minister)는 가짜 이사 차량 등을 동원해 네타냐후의 퇴거를 종용해왔다.
이 단체는 이날도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네타냐후 일가가 관저를 비우자 성명을 통해 "피고인과 그의 가족이 도둑처럼 야반도주했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이어 "자신을 강력한 지도자라고 주장해온 사람은 이제 토끼처럼 달아난 사람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조롱했다.
현지 매체들은 네타냐후 측이 언론의 관심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자정이 넘은 새벽에 이사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네타냐후를 밀어낸 '무지개 연정'의 첫 총리가 된 나프탈리 베네트가 곧바로 총리 관저를 사용할 예정이지만, 자녀 학교 문제로 가족들이 동반 이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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