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대통령 "미 제재 탓에 사회 불안"…바이든 "쿠바 국민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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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쿠바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반정부 시위를 놓고 쿠바와 미국이 공방을 벌였다.
쿠바 정권은 이번 시위가 미국의 경제 제재와 선동 탓이라고 비난했고, 미국은 이를 부인하며 쿠바 정권에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촉구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국영방송 연설에서 전날 시위와 관련해 미국이 "쿠바의 사회 불안을 부추기기 위해 경제적으로 옥죄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고 AFP·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보수적인 쿠바계 미국인 "마피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마이애미에 다수 거주하는 쿠바계 이민자들은 대체로 쿠바 공산정권에 비판적이다.
대통령은 경찰이 시위를 과격하게 진압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시위대 억압은 없었다며, 오히려 상점 공격 등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규탄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도 "미국에서 자금 지원을 받은 용병들"이 불안을 조장했다며, 미국은 쿠바 상황에 대해 발언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서는 전날 수도 아바나 등 전역에서 경제난 등에 지친 시민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공산당 일당 체제 쿠바에선 흔치 않은 반정부 시위로, 1994년 이후 최대 규모라는 분석도 나왔다.
AFP통신은 전날 총 40곳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최루탄을 동원한 경찰 진압 속에 10명 이상이 연행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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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쿠바 시위의 원인이 명백히 쿠바 내 상황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는 쿠바 국민을 지지한다"면서 "쿠바의 권위주의 정권에 따른 수십 년 압제와 경제적 고통, 그리고 팬데믹의 비극적 장악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고 싶어하는 그들의 분명한 메시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 정권을 향해 "스스로 배를 불리는 대신 이런 중요한 순간에 국민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국민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며 아울러 폭력 자제도 요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쿠바 시위가 "다른 나라 사람들로 인해서가 아니라 쿠바의 혹독한 현실로 인해" 벌어진 "자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60년대 초반부터 미국의 경제 봉쇄로 어려움을 겪어온 쿠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권에서 더 강화한 경제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근 몇십 년 사이 가장 극심한 경제 위기를 지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승리한 후 쿠바는 제재가 완화하고, 버락 오바마 전 정권하에서와 같은 미·쿠바 화해 분위기가 재연되길 기대했으나 아직 큰 정책 변화는 없는 상태다.
한편 이날 유럽연합(EU)과 러시아도 쿠바 시위를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쿠바 국민이 "자신들의 의견을 평화롭게 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쿠바 정부가 불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외무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주권국가의 내부 문제에 대한 외부의 개입이나, 쿠바 상황의 불안정을 부추기는 파괴적인 행동은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 개입으로 인한 시위임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쿠바를 돕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요구하는 대로 봉쇄를 중단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 해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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