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환영…올리 총리 측 "총리 임명은 의회 업무" 반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네팔 정치권이 지난해부터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지 대법원이 의회 복원과 총리 교체 명령을 내렸다.
13일 카트만두포스트 등 네팔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네팔 대법원은 전날 오후 해산된 의회를 7일 이내에 재소집하고 네팔회의당 총재인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 전 총리를 새 총리로 임명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의 명령은 야권 등이 제기한 청원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야권은 지난 5월 단행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결정이 비헌법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은 데우바 전 총리 임명 명령 배경에 대해서는 지난 5월 데우바 전 총리는 총리가 되기에 충분한 의원 수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데우바 전 총리는 "대법원이 민주주의를 구했다"며 "이제 5개 정당과 함께 새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데우바 전 총리 지지자들은 이날 대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곳곳에 모여 기쁨을 나눴다. 데우바 전 총리는 앞서 4차례 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명령이 네팔의 정치 혼란을 완전히 종식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분열이 심각한 의회에서 데우바 전 총리가 신임 투표를 통과해야 하는 데다 올리 총리 측은 대법원 결정이 잘못됐다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리 총리의 고문인 라잔 바타라이는 "법원은 총리를 임명할 수 없다"며 "총리 임명은 오로지 의회의 업무"라고 말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네팔에서는 총리가 행정수반으로 실권을 가지며 대통령은 의전상 국가원수 직을 수행한다.
당장 올리 측 지지자들은 카트만두 등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법원의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네팔은 다당제가 도입된 1990년 이후 27명의 총리가 선출돼 총리 평균 재임 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총리 교체가 잦은 편이다.
올리는 푸슈파 카말 다할 전 총리가 리더인 마오주의 중앙 네팔공산당(CPN-MC)과 연합, 2017년 12월 총선에서 승리했다.
두 사람은 집권 당시 총리 임기 5년을 절반씩 나눠서 수행하기로 신사협약을 맺었지만 이후 갈등을 겪은 끝에 갈라섰다.
불신임 상황에 몰린 올리는 정면 돌파하겠다며 작년 12월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결정을 요청했고, 비디아 데비 반다리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회 해산 결정이 반헌법적"이라며 의회를 복원하라고 명령했다.
의회가 복원된 뒤 지난 5월 10일 올리 총리는 재적의원 271명 가운데 232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93명 찬성으로 신임을 얻는 데 실패했다.
그러자 반다리 대통령은 야권 등에 새 연정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13일 다시 올리를 총리로 지명했다.
반다리 대통령은 이어 같은 달 22일에는 올리의 뜻대로 의회 해산과 11월 총선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야권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정치 혼란이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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