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법원 명령 후 올리 현 총리는 사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네팔 정치권이 지난해부터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75) 전 총리가 생애 5번째로 총리에 임명됐다.
13일 카트만두포스트 등 네팔 언론에 따르면 비디아 데비 반다리 네팔 대통령은 이날 데우바 전 총리를 새 총리로 임명했다.
야권 리더인 데우바는 이날 곧바로 취임식을 소화하게 되며 한 달 내 의회 신임 투표를 통과하면 공식 총리가 된다.
데우바로서는 1995∼1997년, 2001∼2002년, 2004∼2005년, 2017∼2018년에 이어 5번째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차기 총선은 내년 하순에 열리기 때문에 임기는 1년 반가량이 될 전망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네팔에서는 총리가 행정수반으로 실권을 가지며 대통령은 의전상 국가원수 직을 수행한다.
반다리 대통령의 이날 새 총리 임명은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대법원은 전날 지난 5월에 해산된 의회를 7일 이내에 재소집하고 이날 오후까지 네팔의회당(NC) 총재인 데우바를 새 총리로 임명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의 명령은 야권 등이 제기한 청원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야권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결정이 비헌법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 5월 데우바는 총리가 되기에 충분한 의원 수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전날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데우바는 "대법원이 민주주의를 구했다"며 "이제 5개 정당과 함께 새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데우바는 196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며 정치 무대에 얼굴을 비쳤다. 국왕이 유력인사를 앞세워 국민을 통치하는 '판차야트' 거부 운동을 벌이다가 9년가량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1991년 하원 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1994년까지 내무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K.P. 샤르마 올리 총리는 이날 대법원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사임했다고 인도 ANI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대법원 명령 직후 올리 총리 측은 대법원의 결정이 잘못됐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올리 측 지지자들은 수도 카트만두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법원의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도 벌였다.
네팔은 다당제가 도입된 1990년 이후 30번 가까이 총리가 바뀌었다. 총리 평균 재임 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총리 교체가 잦은 셈이다.
지난해부터는 집권 올리 정부 내에서 갈등이 불거지면서 정치 혼란이 가중됐다.
올리는 푸슈파 카말 다할 전 총리가 리더인 마오주의 중앙 네팔공산당(CPN-MC)과 연합, 2017년 12월 총선에서 승리했다.
두 사람은 집권 당시 총리 임기 5년을 절반씩 나눠서 수행하기로 신사협약을 맺었지만 이후 갈등을 겪은 끝에 갈라섰다.
불신임 상황에 몰린 올리는 정면 돌파하겠다며 작년 12월과 지난 5월 두 차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시도했다가 매번 대법원이 막아서면서 무산됐다.
이번에는 대법원이 새 총리 임명까지 명령하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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