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 통일·안정 등 노력…공정하게 평가받아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한종구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서 내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아프간 정부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간 중재자 역할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1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시로지딘 무흐리딘 타지키스탄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
왕 부장은 "탈레반은 아프간의 주요 군사력으로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고 모든 테러 세력과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로 아프간 정치의 주류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에 대해서도 "아프간의 국가통일, 사회안정, 민생개선을 위해 많을 일을 했다"며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 철수로 혼란을 겪고 있는 아프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본격화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서는 "미국이 일으킨 아프간 전쟁이 20년째 계속되면서 민간인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미국은 아프간 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아프간 화해 재건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뒤 아프간 문제 해결을 위해 내전 확대를 막고 정치 세력 간의 화해가 필요하며 테러 세력이 득세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왕이 부장은 12일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라쉬드 메레도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중국은 투르크메니스탄을 진짜 믿을만한 전략적 파트너로 생각한다"면서 "자국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투르크메니스탄에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양국간 안전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회담에서 미국을 겨냥한 듯 "일부 서방 세력이 중국의 발전을 막기 위해 각종 허위 사실을 퍼트리고 인권 문제로 빌미로 내정 간섭을 하며 코로나19 기원의 정치화로 자신들의 방역 부실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레도프 부총리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하고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원에 감사하면서 내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일대일로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는 "투르크메니스탄은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지지하고 타국의 내정 간섭에 단호히 반대하며 중국의 핵심 이익 수호를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공개적으로 중국 편을 들었다.
한편, 왕이 부장은 오는 16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을 시작으로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순방한다.
이들 국가는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정책에 핵심 참여국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은 백신 등 방역 물자 지원을 통해 관계 강화에 힘을 써왔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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