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기업 '솔라시티' 인수 방어…상대 "부실기업 인수 주도" 주장
변호사 추궁에 "나쁜 인간" 발끈…"테슬라 CEO 맡기 싫었다" 말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016년 솔라시티 인수를 둘러싼 주주 대표소송에서 이틀에 걸친 변론을 마무리했다.
솔라시티는 머스크 사촌인 린든 라이브가 설립한 태양광 지붕 사업체로, 테슬라에 인수된 뒤 태양광 사업 부서인 '테슬라 에너지'로 재편됐다.
머스크는 13일(현지시간) 기업관련 소송을 전담하는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형평법원(Court of Chancery)에 피고 자격으로 증언대에 섰고, 변론을 마무리한 뒤에는 스페이스X 발사장이 있는 텍사스주로 떠났다.
이번 재판은 테슬라 소액 주주들이 2017년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것이다.
당초 작년 3월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년 넘게 연기된 끝에 이번에 열렸다.
원고 측은 솔라시티 인수 결정으로 테슬라가 최대 26억달러(약 3조원) 손해를 봤다며 머스크가 이 돈을 회사에 물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고 측 랜들 배런 변호사는 이틀 동안 8시간에 걸쳐 머스크를 증인석에 세운 뒤 그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머스크가 테슬라 이사회를 장악한 지배주주였고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부실기업 솔라시티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핵심 주장이었다.
머스크는 랜들 변호사의 추궁에 반발하며 그와 잇따라 충돌했다.
첫날 변론에선 랜들 변호사를 향해 "나쁜 인간"이라고 발끈했다.
랜들이 거쳐 간 로펌의 잘못된 변호 사례를 거론하면서 "당신은 범죄자들의 지도를 받았다. 나는 법정을 무척 존경하지만, 당신에겐 그렇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자신이 테슬라 이사회를 좌지우지하지 않았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CEO를 맡게 됐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테슬라 CEO를 맡기 싫었지만 할 수 없이 떠맡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테슬라는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틀째 변론에서도 랜들 변호사와 옥신각신했지만, 가까스로 성질을 죽였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반면 랜들 변호사는 머스크가 솔라시티 인수를 주도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그가 "음모 결사체"와 같은 대책회의를 매일 가졌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기만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하면서 테슬라 이사회가 솔라시티 인수를 결정할 때 자신은 어떠한 "물리적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머스크가 둘째 날 변론에선 "간신히 화를 참았다"고 전했다.
재판에는 머스크의 동생이자 테슬라 이사인 킴벌 머스크도 출석했다.
킴벌 머스크는 "테슬라 이사회는 제가 거쳐 갔던 다른 회사의 그것과 비교해 매우 건강하다"며 형이 테슬라를 통제한 적이 없다고 방어막을 쳤다.
델라웨어주 형평법원 재판부는 앞으로 2주에 걸쳐 심리를 진행한 뒤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만약 머스크가 패소한다면 그는 테슬라에 20억달러 이상의 돈을 물어줘야 한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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