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군 빠지는 아프간 개입 강화…탈레반과의 협상 촉구

입력 2021-07-14 18:11   수정 2021-07-14 18:33

러, 미군 빠지는 아프간 개입 강화…탈레반과의 협상 촉구
탈레반 대표단 모스크바로 초청해 회담도…자국 안보 영향 우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미군이 철수하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개입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군 철수에 따른 무장반군 탈레반의 공세로 아프간 정세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탈레반 대표단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협상을 벌이는가 하면,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과의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러시아 외무부 제2아주국 국장 자미르 카불로프는 14일(현지시간)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가 말로만 탈레반과 대화하겠다면서 실제론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면서 조속한 협상을 촉구했다.
카불로프 국장은 탈레반과의 협상에 대한 아프간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이는 위선이며 존재하는 현실에 눈을 감으려는 시도"라면서 아프간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아프간 사태의 실질적이고 평화적인 해결 과정은 정부가 다양한 인종 집단을 대표하는 유력 정치 활동가들과 서로 합의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만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과 국가 미래에 대한 내실 있는 협상을 시작하면 수도 카불을 둘러싼 탈레반과의 전투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 8~9일 카타르에 근거지를 둔 탈레반 정치사무소 고위인사들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회담했다.
회담 뒤 탈레반 대표단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타지키스탄 등 이웃한 중앙아의 옛 소련 국가들을 위협하지 않겠다며 러시아가 우려하는 사안들에 대해 회유적인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군 철수에 따른 아프가니스탄 정세 악화가 중앙아 지역에 혼란을 초래하고, 이것이 다시 러시아의 안보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해 왔다.
실제로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선 미군 철수와 함께 위세를 떨치는 탈레반에 쫓긴 아프간 정부군 1천 명 이상이 북부 국경을 넘어 이웃 타지키스탄으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타지키스탄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안보협력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고, 러시아는 타지키스탄 주둔 자국군 전력을 활용해 CSTO 동맹국들에 대한 어떠한 공세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러시아는 2004년부터 타지키스탄 제201 기지에 약 7천 명의 병력을 주둔시켜오고 있다.
러시아의 적극적 행보는 또 시리아, 리비아 등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이어 미군이 빠지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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