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업체에 일단 작업부터 시키고 계약서를 뒤늦게 주는 조선업계의 불공정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중소 하도급업체에 선박 제조 작업을 맡기면서 계약조건이 적힌 서면 발급 의무 규정을 어긴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천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은 2015년 4월∼2016년 11월 하도급업체 1곳에 선박 블록 도장 작업 83건을 맡기면서 계약서면을 작업 도중이나 끝난 뒤에 늑장 발급했다. 이마저도 양 당사자의 서명이나 날인을 누락한 건이 상당수였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반드시 하도급 업체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 계약 서면을 발급하도록 한다. 서면에는 위탁 작업 내용, 납품 시기와 장소, 하도급 대금 등 계약 조건을 적어야 하고, 양 당사자의 서명이나 날인을 해야 한다.
서면에 계약 내용을 명확히 적어 하도급 업체가 위탁 취소, 감액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향후 분쟁 발생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업체에 내부 프로그램인 발주시스템(ERP)을 이용해 작업을 맡기면서 계약 서면에 기재했어야 하는 정보들을 충분히 적시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계약 금액이 일정 규모이면서 계약 내용이 명백히 구분되는 거래임에도 양 당사자의 날인이나 서명 없이 발주시스템으로만 이뤄진 거래 건들은 적법한 계약 서면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조선 업계의 관행은 장기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공정위는 지난 2019년 12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들에 사전에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사실을 확인해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같은 법을 위반한 대우조선해양도 적발해 과징금 153억원 및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 입장과 차이가 있다"며 "공정위 의결서를 면밀히 검토 후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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