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엔 올 28엔' 노동계 반색·재계 반발…총선 영향 주목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한국보다 낮은 곳이 과반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 폭으로 상승해 시간당 평균 1만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반색했고 경영자 측은 반발했는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의중이 반영돼 대폭 인상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가을 일본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15일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 자문기구인 중앙최저임금심의회(이하 중앙 심의회)는 현재 전국 가중평균 기준 시간당 902엔(약 9천417원)인 최저임금을 28엔(약 292원·3.1%) 올려 930엔(약 9천709원)으로 하는 인상 목표를 전날 마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위축을 고려해 작년에는 1엔만 올렸는데 올해는 1978년 현행 제도가 시작된 이후 최대 인상 목표를 내걸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심의회가 각각 결정하지만, 중앙 심의회가 제시한 목표치가 사실상 상승 폭을 좌우한다.
만약 중앙 심의회의 제안대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경우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쿄도(東京都)는 시간당 1천41엔(약 1만868원)이고 가장 낮은 오키나와(沖繩) 오이타(大分)·돗토리(鳥取)·시마네(島根)·아키타(秋田)·고치(高知)현은 820엔(약 8천561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9천160원으로 최근 결정됐다.
15일 오전 10시 46분 기준 환율(KEB하나은행)로 환산하면 877.59엔이다.
중앙 심의회 제안대로 결정하는 경우 일본 47개 도도부현 중 16개 지역이 내년도 한국 최저임금보다 높고 31개 지역이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 된다.
한국과 일본의 물가 수준, 조세 제도, 노동시장 수급 등에 차이가 있어 최저임금만으로 양국의 노동자가 체감하는 급여 수준을 일괄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일본 노사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본에서 가장 큰 전국 단위 노조 중앙조직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약칭 렌고<連合>) 소속인 도미타 다마요(?田珠代) 중앙 심의회 위원은 "코로나19 아래서도 최저임금을 올릴 필요성이 인정됐다. '누구든지 시급 1천엔'을 향한 한 걸음 전진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명했다.
일본상공회의소 등 중소기업 3단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정부 방침을 추인하는 것 같은 결론이 나서 심의회나 최저임금 결정의 존재 방식 자체에 대한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고 노동자 측은 40엔 인상을 요구하며 팽팽하게 맞섰으나 스가 정권의 의향이 노동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려서 경기 부양을 꾀하고 지방의 노동 조건을 개선함으로써 도쿄 외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을 유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스가 정권이 가을 총선에 최저임금이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관한 분석은 엇갈렸다.
요미우리는 "임금 인상 분위기가 확산하면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생각이 엿보인다"고 평가했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중의원 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정권은 지역 중소기업으로부터의 반발을 피하고 싶은 것이 속마음"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급격하게 올리면 중소기업의 경영을 압박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기업의 경영 악화나 고용 감소를 억제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사설로 우려를 표명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